다치고 병든 야생동물들의 쉼터 '자리매김'

이창훈 입력 2017. 8. 6. 23:38 수정 2017. 8. 6. 23: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주 튼실하죠? 몸이 무거워서 못 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내에 있는 서울시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이하 구조센터). 장현규 수의사가 황조롱이를 보여주며 농담을 건넸다.

이런 구조센터 직원들의 치료와 관리 덕분에 지금까지 총 10마리의 야생동물들이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조·관리센터 개소 한달

“아주 튼실하죠? 몸이 무거워서 못 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내에 있는 서울시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이하 구조센터). 장현규 수의사가 황조롱이를 보여주며 농담을 건넸다. 장 수의사가 날개를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자 황조롱이는 소형 맹금류답게 발을 휘두르며 빽빽 성난 소리를 냈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는 한 달 전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오른쪽 다리와 양쪽 날개 끝이 골절된 채 발견됐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머리에 흰 솜털이 빠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장 수의사의 보살핌 덕분에 황조롱이는 한 달 만에 건강을 회복했다. 부러졌던 뼈는 튼튼하게 붙었다. 장 수의사는 “곧 비행훈련을 시작할 것”이라며 “야생동물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황조롱이 같은 포식자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센터는 서울 도심에서 다치고 병든 채 발견되는 야생동물들의 야생 복귀를 돕는 곳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민간에서 맡아온 야생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체계적으로 하고 야생동물 생태계와 질병 연구·인력 양성 등을 담당할 기관을 만들고자 서울대와 협약을 맺어 지난달 1일 센터 문을 열었다. 구조센터는 수술실과 MRI·CT 촬영실 등 웬만한 대형 동물병원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췄다. 

지난 3일 서울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관리센터 직원들이 황조롱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창훈 기자
이날 구조센터에는 23마리의 야생동물이 치료를 받으며 들이나 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센터에 실려 오는 동물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둘기부터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2급인 구렁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개소 한 달 동안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치료한 야생동물은 총 57마리에 달한다. 개소 전 두 달간의 임시 운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72마리가 구조됐다. 하지만 39마리는 심한 부상과 스트레스 때문에 회생하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안락사됐다.

구조센터로 오는 야생동물 대부분은 어미와 떨어져 있다가 혼자 남겨진 상태로 구조됐는데, 전체의 47.2%(34마리)나 됐다. 장 수의사는 새끼가 혼자 남겨져 있다고 무조건 구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상이 심하거나 어미가 없는 것이 확실할 때만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며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새끼를 데려와 버리면 어미는 새끼가 포식자에게 먹힌 줄 알고 포기해버린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을 돌보는 장 수의사와 재활관리사들은 야생동물이 자신들을 부모로 착각하는 ‘각인’ 현상을 겪을까봐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이들은 케이지 앞에 담요를 덮어놓고 정해진 시간에만 먹이를 줬다. 이런 구조센터 직원들의 치료와 관리 덕분에 지금까지 총 10마리의 야생동물들이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김태훈 재활관리사는 “밀렵된 구렁이나 사람 때문에 다쳐서 오는 동물을 치료해서 돌려보낼 때가 제일 뿌듯하다”며 “더 많은 야생동물이 자연으로 돌아가 시민들과 함께 공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