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장성 핵심보직 90% 육사..文정부 '별과의 전쟁'

안두원 2017. 8. 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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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원관리·인사실 3곳 실장도 육사가 83%
영관급 장교 진급심사때 육사출신 할당제 관례로 진급때 3사·학군보다 유리
예비역 장성 모임 '성우회', 국방장관이 직접 챙겨..뿌리깊은 예우문화 여전
"육사출신 몇 명 바꿔선 軍개혁 어림없다" 의견도

◆ 레이더뉴스 / 장관 이어 합참의장도 非육군 거론…국방개혁 구상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와 오찬 자리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강력한 국방개혁을 통해 군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은 일단 '육군사관학교 출신 힘 빼기'를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해군 출신 국방부 장관이 임명됐고, 합동참모본부 의장에도 비육군 출신이 거론된다. 지난 수십 년간 국방부와 군에서 핵심 요직은 육사 출신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왔다. 국방 분야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군의 주류 집단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육사 출신'에 손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육사 출신이 군을 움직인다는 통설은 주요 보직에서 육해공군 혹은 육군 내에서 육사·3사관학교·학군(ROTC)의 비율을 보면 한눈에 확인된다.

◆ 육사 출신이 군 주요 보직 장악

2007년 이후 10년간 군의 주요 부서장 가운데 '열에 아홉'은 육사 출신이 차지했다. 법령에 규정된 7개 직위 가운데 출신이 공개된 5개만 보더라도 89%에 달했고, 공개되지 않은 정보사령관과 777부대까지 합산하면 육사 출신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에서 △국방정책을 검토·조정하고 남북 군사회담, 미·중과의 군사외교 등을 담당하는 국방정책실 △무기 개발 및 도입의 종류와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전국 군부대를 관리하는 전력자원관리실 △군인의 인사이동과 진급, 각종 복지정책을 맡는 인사복지실 등 3곳의 실장 직위에도 육사 출신이 절대 다수(83%)를 차지한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의 비율은 이처럼 높지 않다. 송영무 현 국방부 장관 이외에 김영삼(YS)정부부터 지금까지 15명 장관 가운데 해군 출신(윤광웅)과 공군 출신(이양호) 장관이 1명씩 있었다. 합참의장도 YS 시절부터 지금까지 15명 가운데 육사 출신이 아닌 경우는 5명이다. 정권 차원에서 상징적인 조치로 장관과 합참의장을 비육사 출신으로 기용했지만 정치적 의미에 그친 사례로 남아 있다.

◆ 영관급-장성-예편 인사 독점 이어져

육사 출신이 진급과 보직 결정에서 누리는 '보호막'은 영관급-장성급-전역 후까지 3단계에 걸쳐 있다. 영관급 장교의 진급 심사에서 '육사 출신 비율 할당제'가 관례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할 인원에서 육사 출신 몫으로 무조건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육사 출신은 3사관학교·학군 출신보다 진급 경쟁에서 수월한 셈"이라고 말했다.

법으로 정해진 육해공군 비율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합참의 육해공군 보직 비율은 국방개혁법에 규정된 2대1대1을 위반한 점이 지적됐다.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군의 장교가 순환 보직하는 '공통직위'(장성급)에서 육해공군 비율은 2012년 2.6대1대1이었지만, 2016년에는 육군의 비중이 높아져 2.8대1대1로 '육군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전역한 뒤에도 육사 출신은 '무늬만 민간인'으로서 군 관련 주요 업무에 발탁됐다. 국방부 정책실·전력실·인사실은 군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육사 출신을 바라보는 비(非)육사의 시선 속에는 부러움과 소외감이 뒤섞여 있다. 직업군인으로서 균형 있게 경력을 쌓은 결과로 얻은 경쟁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있지만, 육사 출신이라는 배경 덕분에 얻은 특혜가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육군이 아닌 한 영관급 장교는 "육군은 체계적으로 사람을 키운다는 느낌"이라며 "합참이나 국방부 등 육해공군 간부들이 함께 모여 업무를 하는 곳에서는 이런 차이를 자주 접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군에서 업무를 하지만 직업군인의 세계에서 한발 떨어져 보는 시각도 있다. 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군무원은 "잘나가는 육사 출신들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는 그 일을 오래 담당해서 생긴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 군 안팎 불문하고 무소불위 영향력

육군, 특히 육군사관학교가 군의 주류가 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리 군사 작전이 육군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남북 간 군사 대치 속에서 군에 대한 우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서 태동된 관례 등도 거론된다. 현역 장교들조차 비판하는 게 국방부 고위직의 성우회 방문이다. 성우회는 현직에서 완전히 떠난 그야말로 장성 출신의 모임이다. 그런데 현직 국방부 장관이 안보 현안을 주제로 성우회를 공식적으로 찾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인 2월 성우회를 찾아 북핵 문제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한 영관 장교는 "정부 부처 가운데 전직 공무원이 없는 곳은 없지만 국방부만 현직 장관이 완전히 업무에서 손뗀 선배들을 찾아간다"며 "군 특유의 선후배, 기수 서열 문화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에서 널리 쓰이는 '일반 출신'이라는 표현이 육사를 제외한 3사·학군 출신을 의미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뒤집어 얘기하면 육사 출신은 '특수·특별'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민간인 출신으로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3년간 맡았던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육사 출신 몇 사람만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군 관련 업무의 문민화 △군의 전문성 찾아주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홍 교수는 "국방부는 군 특유의 명령 복종 문화에서 비롯된 상명하달식 업무 관행이 강해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정책 경쟁력이 부족하다"며 "군 출신 선배들의 간섭과 요구, 즉 전직의 영향력이 군처럼 강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장관에 문민 출신이 오면 영향력 차단이 가능하고 국방부 실·국장 등 주요 간부가 문민화되면 조직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게 전직 국방개혁실장의 분석이다. 홍 교수는 군에 대해서는 제자리를 찾아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합참의장이 우리나라 현행 작전을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현실은 국방장관이 개입하면 물러나야 하는 게 실상"이라며 "군이 전문집단으로서 주도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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