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없는' 삼성의 6개월,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이다

이윤주 기자 2017. 8. 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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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심리가 7일 마무리된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만기일인 오는 27일 직전에 선고 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 6개월을 보낸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들이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공백 기간이 장기화할 수도, 혐의를 벗고 현업에 돌아올 수도 있다. 지난 2월17일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 구속된 이후 삼성은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지주사 전환 포기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미래전략실 해체

삼성은 올 2월말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59년간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해온 컨트롤타워 조직을 없애고, 계열사별 자율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삼성그룹도 해체됐다. 삼성은 “그룹 사장단 회의도 폐지하고,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막강한 의사결정 권한을 누리면서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았던 미래전략실을 없애는 대신, 각 계열사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에서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조치였다.

미전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의 독립적 의사결정 과정이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컨트롤타워인 미전실 존재는 그룹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순효과가 있었지만, 각 사 상황에 맞는 신속한 투자판단이 배제되어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계열사의 신사업 투자 및 경쟁력 강화에서 독자생존 방향성은 명확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60개에 가까운 계열사, 연 매출 300조원, 임직원 50만명에 달하는 기업집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컨트롤타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외부의 견제를 받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컨트롤타워를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핵심은 컨트롤타워의 잠정적 판단을 각 계열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주사 전환 포기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발표한 또다른 중대 결정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포기 선언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등을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데 대해 삼성전자는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뒤 최종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필수적인 단계로 여겨지던 조치여서 이 역시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역시 모두 소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회사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는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피고인 신문에서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승계는 “생각도 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사업을 성공시킬 능력이 경영권이지, 지분을 몇 % 갖고 있다고 해서 경영권이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일단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 혹은 향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전에는 지주회사 전환 목소리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사회적 눈길이 쏠려있는데다, 수많은 계열사들의 분할과 합병을 거쳐야 하는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적은 승승장구, 미래먹거리 고민

하만 인수와 같은 큰 결정을 할만한 구심점이 없다는 삼성 측의 우려 속에도, 일단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유례없는 호황과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선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지난 4~6월) 연결 기준 확정실적으로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14조7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8조1400억원)보다 72.9%나 늘어나며, 종전 최고치였던 2013년 3분기 10조1600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시간당 63억7000만원씩, 1분에 1억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반도체 부무이 8조원 이상, 스마트폰 부문도 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압도적 실적을 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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