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트럼프가 '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갱단 MS-13
엘살바도르 이민자가 주축 되어 구성
미국에서만 조직원 1만여 명 활동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뉴욕 롱아일래드의 서폭 카운티를 찾았다. 피터 킹(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의 초청에 응한 것이다. 방문 목적은 미국 내 엘살바도르 갱단인 ‘MS-13’과 싸우는 경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뉴욕 경찰은 지난해 1월 이후 롱아일랜드 일대에서 17명이 MS-13 갱단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수업을 마치고 걸어서 귀가하던 롱아일랜드 여학생 2명이 MS-13 조직원들에 의해 야구 방망이와 칼로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대가 조직원이든 10대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살해하는 흉포성이 기존 갱단과는 비교할 바가 안 된다.
2004년 12월 온두라스에서 MS-13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MS-13의 존재가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온두라스 정부의 사형제도에 반발한 MS-13 조직원들이 운행중인 만원 버스에 총기를 난사해 사망 28명, 부상 14명에 이르는 대형사건을 일으켰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나 중국의 삼합회와는 달리 MS-13은 군사 교육까지 받으면서 잔혹성과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대학원의 더글라스 파라 객원연구원은 “MS-13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콜롬비아 반군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등의 전술까지 흡수하며 군사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 연구원에 따르면 MS-13의 상당수 지역 조직들이 이미 현대식 군대의 자동화기로 무장했고, 안전가옥과 암호화된 위성전화는 물론 경찰과 경쟁 갱단의 움직임까지 감시하는 무인기를 운용하기도 한다.
엘살바도르에서는 MS-13이 정부와 군대 요직까지 침투해 은밀한 권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MS-13은 지방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거리에 시체가 쌓이게 하겠다”고 협박할 정도다.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명당 105명으로 전세계 1위를 기록중이다. MS-13의 활개와 무관치 않다.
MS-13은 각종 금기를 깨뜨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안에는 상대 조직원과 ‘평화’를 유지한다는 미국 갱단 사이의 불문율도 거부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MS-13의 조직원들은 등 부위에 M과 S를 큼지막하게 문신을 하고다닐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범죄를 저지른 뒤 법정에 출두해서도 뉘우치는 기색없이 차가운 미소만 지어 배심원들은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때부터 갱단 퇴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때문에 MS-13을 콕 집어서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은 취임 때부터 있어왔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MS-13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위협 중 하나이다. 그들을 신속히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전미총기협회(NRA) 모임에서는 “여러분, MS-13에 대해서 아느냐. 아주 악독한 집단이다. 그들을 완전히 쫓아내 버리고 말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달 뒤 LA 한인타운 인근에서 미 FBI가 ‘MS-13’ 소탕작전을 주도했다. LA경찰은 방탄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자동소총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장갑차와 특수제작 차량으로 MS-13의 근거지를 급습해 간부급 12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조직원을 체포했다. 이밖에 총기류 12정과 상당수 마약류를 수거했고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7명을 구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S-13이 LA지역 갱단에서 세계적 조직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가 1996년 제정된 반이민 개정안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당시 개정안은 영주권을 갖고있는 합법적 이민자라도 갱단원으로 밝혀지거나 범지를 저지를 경우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이 때문에 대대적으로 추방된 MS-13 조직원들이 엘살바도르로 돌아가 지역기반을 장악한뒤 미국 현지와 연계를 통해 급성장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MS-13의 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인식돼온 뉴욕시 한인 밀집 지역마저 예외가 아닌 곳으로 바뀌고 있어 우리 정부의 관심 또한 요구되는 시점이다.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등 퀸즈 북동부에 형성된 한인 밀집 거주지역과 상권에서 최근 MS-13과 관련된 총격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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