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은퇴 무대에서 3위로 트랙을 떠나게 됐다.
볼트는 6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95를 기록했다. 저스틴 개틀린(35·미국)이 9초 9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크리스천 콜먼(21·미국)이 9초 94로 2위, 볼트가 그 뒤를 이었다.
저스틴 개틀린(오른쪽)이 8일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골인하고 있다. 크리스천 콜먼에 이어 우사인 볼트는 3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런던/EPA 연합뉴스
출발 총성과 함께 4번 레인에서 스타트 블록을 박차고 나선 우사인 볼트는 5번 레인의 콜먼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출발반응 속도 0.183초로 결승 진출자 8명 중 7위로 출발한 볼트는 중반 이후 가속을 붙였으나 전성기 처럼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결승점까지도 앞서가는 콜먼을 제치지 못했다.
두 선수의 경쟁에 눈이 쏠리는 순간, 8번 레인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한 개틀린이 간발의 차로 먼저 결승선을 끊으며 승부가 갈렸다.
잠시 후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개틀린은 오른손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쉿’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어 세계신기록 보유자(9초58) 볼트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펼치며 인사했고, 볼트는 포옹으로 우승을 축하했다.
우사인 볼트(왼쪽)가 6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3위로 골인한 뒤 우승자 저스틴 개틀린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개틀린은 볼트가 다가오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내밀며 은퇴하는 세계신기록 보유자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시했다. 런던/AP연합뉴스
개틀린이 우승했지만 주인공은 볼트였다. 볼트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승리한 개틀린이 트랙에 엎드려 감격스러워 하는 순간에도 중계 카메라는 트랙을 돌며 관중석의 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볼트에게 집중됐다. 트랙에 키스하며 작별 인사를 한 볼트는 자메이카 응원단이 있는 관중석으로 올라가 팬들과 함께 마지막 무대를 즐겼다.
마지막 무대를 금메달로 장식하고 떠나려던 볼트의 희망은 무산됐다. 남자 100m 3연패에도 실패하면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2개에 이어 동메달을 한 개 추가했다. 14번째 메달 획득으로 여자 스프린터 멀린 오티(은퇴·자메이카)가 거둔 세계선수권 최다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우사인 볼트가 6일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남자 100m 결승을 마친 뒤 트랙과 키스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게틀린은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 금메달 이후 12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약물복용 전과로 2001년에는 2년, 2006년에는 4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던 개틀린은 2010년 이후 다시 뛰기 시작했고 늘 볼트에 이은 2인자에 그치다 볼트의 마지막 무대에서 그를 꺾는데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