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 드러낸 홍준표..'극우' 혁신선언문 '논란'

김재은 2017. 8.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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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위원장, 뉴라이트 사관 도마..1948년 건국절 헌법 무시
홍준표 후보시절 멘트 등 평소 생각 고스란히 담겨
민주 "수구퇴행선언문"..바른 "박근혜 탄핵 부정" 비판 봇물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자유한국당 대표 취임 꼭 한달만에 홍준표 대표가 본색을 드러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당 혁신선언문에는 홍준표 대표의 평소 생각이 가득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무너진 보수를 바로잡기 위함이 아닌 홍 대표의 생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자유한국당은 극우 보수 정당으로 나아갈 가치와 이념을 설정했다. 홍 대표가 말한 혁신, 신보수의 기치는 ‘극우’인 셈이다.

특히 헌법에도 위배되는 뉴라이트 사관인 1948년으로 건국을 명시한 것은 두고두고 한국당의 정체성 논란을 가져올 전망이다.

과거 홍준표 대표의 발언과 행동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의 혁신선언문을 비교해 재해석했다.

◇ 3.1 운동과 임시정부 이념 계승한 `헌법` 무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갖는다.”

뉴라이트 사관인 1948년 건국절은 현재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역사교과서의 핵심이기도 하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기돼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국정역사교과서를 다시 채택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4월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 간담회에서 “초중고 역사과목은 국정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좌파이념 교육은 잘못됐다”고 발언했다.

당시 광복회는 “국정역사교과서의 핵심은 1948년 건국절로 이는 국가 근간의 문제”라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홍준표 후보의 국정교과서 교육공약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쯤되면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과 통치기구를 정한 최고규범인 헌법을 부정하며 대체 무슨 가치와 이념을 기치로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3.1운동 정신의 계승은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헌법전문에 지속적으로 포함돼 있다. 1962년 개헌때 들어간 4.19와 5.16 이념은 역사의 부침에 따라 삭제됐다 다시 채택됐다를 반복했다.

◇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책임은 어디로?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자유한국당. 뼈저린 반성은 커녕 혁신선언문에 ‘박근혜’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옥남 대변인은 “한국당이 나아가야할 가치와 이념을 담았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앞에 고개 숙인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꿔달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은 그야말로 ‘오락가락’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말바꾸기를 일삼았다.

광장민주주의 등 촛불시위를 포함한 직접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표현마저 들어갔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해 대의 민주주의를 택한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은 언제든 직접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촛불 시위와 박근혜 탄핵’으로 연결되는 광장 민주주의에 대해선 여지없이 반감을 드러냈다.

이는 홍준표 대표의 평소 생각이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28일 서울시를 상대로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를 열수 없도록 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2008년 6월 한나라당 대표시절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에 대해선 10%만 시민이고 나머지는 프로라며 적개심을 일찌감치 드러낸 바 있다.

◇ 혁신 외치며 우클릭..일베·뉴라이트 사관, 정통 보수인가

홍준표 대표의 대선 후보시절 두 번째 공약은 ‘기업에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제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추진하자 ‘기업’을 살포시 ‘부자’로 바꿔 한국당 혁신선언문에 담았다.

당시 공약 목표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강성 귀족노조 및 편향된 이념의 노조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고 돼 있다.

강성 귀족노조에 대해 늘상 비판해온 홍 대표의 사고는 ‘산업화 세대의 기득권은 물론 강성귀족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도 비판하고 배격하는 혁신을 통해…’라는 문구로 반영됐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4일 혁신위원장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은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는 류석춘 위원장 등 혁신위원회 인적 구성이 지나치게 우편향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류 위원장은 자신을 태극기 집회 열성 참여자로 규정한 바 있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일베를 많이 하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으며 도마에 올랐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말 청년 간담회 자리에서 “일베(일간베스트)를 하라”며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 하나밖에 없다. 일베 많이 하시라”고 말했다. 이는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 비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의 이미지 정치가 뒤진다는 지적에 대한 답이다.

이쯤되면, 자유한국당의 혁신선언문이 아니라 홍준표 대표식의 자유한국당 개조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촛불혁명을 부정하는 수구 퇴행선언문”이라며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1948년 건국론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도 “신보수주의를 주창한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있었던 광장의 행동과 국민여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그 과정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의미로 파악된다”고 공격했다.

심지어 같은 당내 중진의원인 나경원 의원조차도 “(홍 대표는) 반성에 신중하신 것 같다”며 “혁신의 출발은 반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107석 제 1야당은 어디로 갈 것인가. 홍준표식 개혁과 혁신의 종착점이 어디가 될 지 자뭇 궁금하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결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로 더불어민주당(46%)의 4분의1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한국당이 갈수록 극우화되고 있어 보수의 개혁을 원하시는 분들은 언제든지 바른정당으로 오시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자유한국당 혁신선언문 전문이다.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이은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리민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역할을 망각했다. 계파정치라는 구태(舊態)를 극복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급기야 야당의 하나로 전락한 참담한 현실을 맞았다.

자유한국당의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적 타락은 자유민주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총선 공천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시하고 자기 혁신에 모든 노력을 경주할 때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래 자유민주 진영이 피와 땀으로 일으켜 세우고 지켜온 나라다. 그 정통성을 이어 받은 자유한국당은 철저한 혁신을 통해 분열된 보수우파 세력을 통합하고 자유민주 진영의 단합된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고, 대한민국을 선진대국으로 이끌고 마침내 자유민주 통일을 이룩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제의 해결을 위해 자유한국당 혁신위는 다음과 같은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 가치의 깃발을 높이 든다.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정의와 형평을 바탕으로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활기차며 따뜻한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한다. 부자에게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국민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아래의 가치를 담는다.

1.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고 꾸준히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켜 세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성공의 역사를 만들었다.

2.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시민적 덕성의 함양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다.

3.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부정부패와 반칙, 특권을 배격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법치주의에 기초해 경제적 자유를 추구한다. 이와 동시에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도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는 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서민중심경제’를 지향한다. 산업화 세대의 기득권은 물론 강성귀족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도 비판하고 배격하는 혁신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

4.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대내외적인 개방을 통해 우리나라를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목표를 가진다. 글로벌 대한민국은 대내적으로 다문화가족과 탈북자 등 소외계층을 포용하며, 대외적으로 젊은이들과 기업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개방을 지향한다. 북한의 개방과 자유화를 통한 통일의 실현 역시 글로벌 대한민국이 추구할 핵심 가치다.

자유한국당은 이상과 같은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 이념에 기초한 혁신을 통해 가치 중심의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관료주의와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효율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념과 조직의 재정비에 상응해 대대적인 인적혁신과 인재영입 또한 이뤄야 한다.

자유한국당 혁신위는 앞으로 혁신, 통합, 수권(授權)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을 계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혁신위 활동을 둘러싼 그 어떤 압력이나 영향도 배제한다. 오직 자유 대한민국 수호와 발전을 열망하는 국민만 바라볼 것이다. 대한민국의 존립이 걸린 이번 혁신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 날카로운 질책과 조언을 부탁드린다.

2017년 8월 2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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