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테니스병에 과외병까지 .. '사실상 사병' 폐지 여론

이철재.김준영 2017. 8. 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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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병력에 편제되지 않고
간부 취미나 사적인 일에 동원
공관병 150명 인권침해 조사
"비전투 분야 민간 인력 활용을"

육군이 4일 모든 공관병을 대상으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전 군의 공관병은 150여 명이며, 육군이 1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전수조사는 박찬주 대장 부부의 갑질 논란이 계기가 됐다. 박 대장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있던 2015년에는 심지어 공관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박 대장 부부는 “해당 병사가 개인적 이유로 자살하려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그러나 “부인 전씨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일부 진술이 나와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 대장은 감사에서 ‘책임은 통감하지만 의혹 전체를 인정하기 어렵다’, 전씨는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모두 사실은 아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장의 전·현직 공관병들은 감사에서 ‘(이번 기회에) 군대문화를 바꿨으면 좋겠다’ ‘공관병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참에 국방부는 공관병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골프병’ ‘테니스병’ ‘과외병’ ‘논문병’ 등 비편제 직위의 병사들도 공관병과 함께 폐지하자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대개 부대를 지키는 경비소대에 배치된다. 그러나 실제 편제나 직위와는 상관 없이 군 간부의 취미 생활을 돕거나 개인사에 동원되는 비공식 사병(私兵)이다.

실제 프로골퍼 A씨는 2012~2013년 골프병으로 복무했다. 군 편제상 골프병은 없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침에 눈 뜨면 야산에서 골프공 주워오기, 오전엔 간부 사모님들 개인레슨해 주기, 오후엔 다시 공 주워오기, 일과 후 간부들 레슨해 주기 등 일과를 지냈다”고 말했다. 테니스병으로 근무했던 김모(26)씨는 “신임 군단장이 테니스를 좋아할 경우 전 군단 예하 부대에 ‘테니스 선수 출신 병사들을 추가 차출하라’는 전화를 돌렸다”고 전했다.

군 간부 자녀를 가르치는 ‘과외병’, 군 간부의 학위 취득을 돕는 ‘논문병’도 존재한다. 이모(27)씨는 2011~2012년 경기도 파주에서 복무하는 동안 대대장의 초등학생 자녀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이씨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라 부대에 배치받자 대대장이 노골적으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공군으로 전역한 허모(29)씨는 “부대장이 낼 국방대학원 논문의 특정 챕터나 분야를 지시하면 내가 해당 부분을 썼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거부할 생각은 못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과외나 논문 같은 사적인 일을 위해 일과에서 열외로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외병’이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비편제 직위 병사는 경비소대 외에 군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복지병사’(복지지원병) 중에도 상당수라고 한다. 국방부가 밝힌 복지지원병은 600명이 넘는다. 시설관리병과 조리병 등까지 포함하면 인원은 1140여 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간부 식당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서빙을 보고 있다.

비편제 직위의 병사와 관련해 온라인 등에서 ‘나라를 지키라고 군대에 보냈더니 남의 집 머슴 노릇을 하게 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으로 군 입대 자원이 줄고 군 복무 기간도 짧아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비전투 분야에 병사들을 배치해야 하느냐”며 “과감하게 민간 인력을 활용하라”고 말했다.

이철재·김준영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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