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코딩 교육' 도입된다는데..준비 됐습니까?

김진호 2017. 8. 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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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코딩이 뭐야?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중학교를 시작으로 의무화됩니다. 2019년엔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됩니다. 이제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즉, 코딩을 모두 배우게 되는 겁니다.

코딩이 뭐냐고요?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겁니다.

그래도 어렵죠. 예를 들어 볼까요. 직사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직사각형이 눈앞에 나타나면 면적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먼저 가로의 길이를 측정해야겠죠. 2) 세로의 길이도 알아야겠습니다. 3) 두 길이를 곱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4) 그 값을 직사각형 넓이로 보여주면 되겠네요. 이제 어떤 직사각형을 만나도 면적을 구할 수 있는 과정이 세워졌습니다.

위에서처럼 직사각형 면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4단계를 거쳤습니다. 이런 '문제'를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해결하는 게 코딩입니다. 간단하게, 컴퓨터 내의 명령 기호인 '코드'를 써서 만드니까 '코딩'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이런 사고방식을 가르치면 교육적일 것이라고 느끼셨나요?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창의성·논리력·문제해결력을 기르게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것이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배우도록 정했습니다.


사교육은 벌써 코딩 교육 성과?

이런 발표 이후에 사교육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전엔 잘 보이지 않던 '코딩 학원'이라는 간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에만 5곳의 코딩학원이 새로 등록됐습니다. 여기에 현재 서울에는 32곳의 코딩학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전에 없던 유형의 학원이 늘어나고 있는 건 맞다"면서 "취지에 반하는 코딩 교육이 생기진 않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코딩 학원을 가봤습니다. 학원 운영진은 "올해 학원을 개설해 강의를 시작했다"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학부모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34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고, 2019년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필수로 배우기 때문이겠죠.

이 학원의 원장은 "코딩 교육은 개인의 창의성과 표현방법을 존중할 수 있을 때 빛을 발휘한다"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코딩 시간으로는 코딩을 활용한 사고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사교육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구글이 참여하는 온라인 코딩 수업은 중학교 이상의 회원을 모집해 지난 1달간 2만 6천 명이 등록해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코딩은 이미 '정착' 궤도에 접어든 셈입니다.


부족한 교원·전문성…전면 도입 괜찮을까?

공교육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코딩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우려되는 면이 제기됩니다.

먼저, 교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학교 정보·컴퓨터 담당 교사 숫자는 1,428명이었습니다. 전체 중학교 숫자가 3,212명이기 때문에 1개 학교에 0.4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인원을 최대로 늘려 정보·컴퓨터 자격증을 가진 중학교 교사 숫자를 볼까요. 지난해 12월 기준 역시 2,091명에 그칩니다. 이대로는 일선 학교에서 코딩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교육부는 급하게 중학교 정보·컴퓨터 교사를 2018년 87명, 2019년 88명 신규 채용하는 등 연차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흡한 건 사실입니다.

교사 전문성도 도마에 오릅니다. 코딩은 교사에게도 생소한 분야입니다. 학창시절에도 다뤄본 적이 없는 교사가 대부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코딩과 관련한 60~75시간 연수를 받으면, 바로 코딩을 가르치게 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력이 많은 교사보다는 젊은 교사 위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도록 한다"면서 "초등학교 5~6학년 실과과목에서 17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도하는 것이라 큰 차질은 없을 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교육은 '기술'을 가르치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생각하면 코딩교육 준비 과정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핵심...평가방식 관건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간 이상, 평가 방식은 반드시 정해져야 합니다.

하지만,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핵심으로 보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평가방식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 학부 교수는 "해외에서는 똑같은 코딩 교육을 추진하면서도 평가방식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면서 "평가를 중시하는 우리 교육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지필고사 등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평가 기준은 높지만, 공교육으로 코딩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또 사교육에 기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고력을 목표로 한 과목이 오히려 암기과목 중 하나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연관기사] 소프트웨어 ‘코딩’ 학습 의무화…사교육 ‘들썩’

김진호기자 (h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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