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남편 아닌, 王으로 묻히고 싶다”… 아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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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헨리크공, 지위 요구
아내 거부… 현행법서도 불가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77·사진 왼쪽) 여왕의 남편 헨리크(83·오른쪽) 공이 ‘배우자 왕자(His Royal Highness Prince Consort)’가 아닌 ‘배우자 왕(His Royal Highness King Consort)’의 지위를 달라는 시위에 나섰다. 그는 왕의 호칭이 주어지지 않으면 아내와 나란히 무덤에 묻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BBC 등에 따르면 3일 헨리크 공은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내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옆에 묻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평생 아내와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사느라 불행했으며 죽어서까지 아내의 아랫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덴마크에서는 현행법상 여왕의 남편은 왕이 아니라 왕자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국왕이 남성이면 아내에게 ‘배우자 여왕’ 지위를 부여하고, 국왕이 여성이면 남편에게 ‘배우자 왕’ 지위를 주지 않는다. 왕이라는 호칭이 그보다 더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없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프랑스 태생인 헨리크 공은 영국 런던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가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을 만나 1967년에 결혼했다.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고, 지난해 공식 업무에서 은퇴했다. 덴마크 왕실 관계자는 “왕자(헨리크 공)가 수년 동안 덴마크 왕실이 부여한 자신의 역할과 호칭에 불만을 가져온 건 비밀이 아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헨리크 공의 행보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마침 평생을 ‘여왕의 남자’로 살아온 엘리자베스 2세(91)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에든버러(96) 공이 2일 은퇴해 헨리크 공도 불만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왕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행법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헨리크 공이 결혼을 선택했다면 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럽의 시선은 마르그레테 2세 여왕에게 모였다. 여왕은 남편 헨리크 공의 ‘항거’를 싸늘하게 진압했다. 덴마크 왕실 대변인은 “마르그레테 2세 여왕도 남편의 이 같은(무덤에 나란히 눕지 않겠다는)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