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여파]"이번에는 너무 세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패닉'

입력 2017. 8. 4. 10:30 수정 2017. 8.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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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부동산 대책) 시행 첫날인 3일 부동산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3일부터 서울 25개구 전 지역과 과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또 강남구와 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11개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에는 집주인과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반포주공1단지, 개포주공1~4단지, 개포시영 등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5만5655가구는 당장 3일부터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항이 적용됐다. 조합원 지위를 매도할 수 있어도 이를 산 사람은 조합원 분양을 받을 수 없다. 조합원 지위를 얻지 못하고 향후 현금청산(아파트 대신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 대상자가 된다. 현금청산 대상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팔기 어려워진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이 발표된 날 당일 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1억원 정도 싸게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집주인들이 대책이 이 정도로 강력할 줄은 몰랐다며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함께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도 혼란에 빠졌다. 노원구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노원구는 서울에서도 그나마 집값이 가장 저렴한 곳인데 강남 집값 잡겠다고 강북까지 규제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당장 거래가 뚝 끊겼고 ‘집을 싸게 내놓아야 하느냐’는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만 종종 걸려온다”고 설명했다.

○청약제도 어떻게 달라지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청약 조건이 대거 강화됐다.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청약통장을 2년간 보유해야 하고, 24회 이상 납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1순위 자격은 수도권의 경우 청약통장을 1년간 보유하고 12회 이상 납부하면 됐다. 지방은 청약통장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6회 이상 납부하면 1순위 자격을 줬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청약에선 추첨 없이 100% 가점제를 적용한다. 무(無)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따져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한 순서대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는 75%, 전용 85㎡ 초과는 30%를 가점제로 뽑아야 한다. 부적격 당첨자로 인한 예비 입주자 선정에서도 이전에는 추첨제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가점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점제로 당첨된 사람과 그 가족(세대원)은 2년간 어느 곳에서도 다시 가점제로 청약을 받을 수 없도록 9월 중 청약 제도를 개편한다. 1순위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가 재당첨 제한이 없는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사고파는 ‘분양권 쇼핑’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주택대출 대폭 축소… 무주택자도 집값의 40%만 대출

투기·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된다. 이들 지역은 3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가 되는 사업장에서의 아파트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 역시 LTV·DTI를 일괄 40%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투기지역 내에서의 주택담보대출도 세대당 2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중도금대출이나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도 해당된다. 투기지역 내에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있으면 대출을 받아서 분양을 받거나 추가로 주택을 사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세대가 추가로 대출을 받을 때는 LTV와 DTI가 10%포인트씩 하락해 30%만 적용받는다.

정부는 다만 △무주택 세대주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생애최초는 7000만 원) 이하 등 서민과 실수요자에게는 투기·투기과열지구 6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 5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LTV와 DTI 규제를 각각 10%포인트 완화해 준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의 5억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때 서민과 실수요자는 주택가격의 50%에 해당하는 2억9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마포구는 투기지역(LTV·DTI 40%)이지만 서민·실수요자는 대출규제가 10%포인트 완화되기 때문이다. 일반 가구는 40%를 그대로 적용받아 2억3200만 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1건이라도 있는 세대는 이 아파트를 살 경우 LTV가 30%만 적용돼 대출액은 1억74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분당 야탑동에 사는 김모(33·회사원)씨는 “대출을 받아 직장 근처인 마포에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당황스럽다”면서 “아내와 내 소득을 합하면 7000만 원이 넘기 때문에 40%밖에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2주택자는 10%p, 3주택자 이상은 20%p 더 내야

양도세 세율의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이 10%포인트 높아지고, 3주택자는 20%포인트 높아진다. 1주택자는 지금까지는 '2년 보유'였던 면세(9억원 이하) 요건이 '2년 거주'로 바뀐다.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없앴다. 이 제도는 법 개정을 거쳐 내년 4월 시행할 예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정부가 양도세 중과 시점을 내년 4월1일로 정한 것은 다주택자에게 8개월 안에 집을 팔고 시장을 떠나라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하지만 팔려고 내놓는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절벽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8.31대책과 닮은꼴인데 당시 대책이 시행된 이후 강남이나 목동 등 서울 인기지역은 청약경쟁률이나 집값이 점차 다시 올랐다”면서 “지금은 그 때와 달리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등 변수가 많지만 서울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거래절벽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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