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니까 무조건 잘 지내란 말, 학교폭력 키워요"
5년 前 방송에서 '학교폭력' 조언.. '숭의초 사건'에 학부모들 다시 관심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11년 진행
"장난과 학교폭력을 구분하는 법, 농담과 성희롱 나누는 기준과 같아"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 학생과 직접 만나야 합니다. 단호하지만 차분하게 '너에겐 장난일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괴롭힘이다. 이제 더는 우리 아이와 친하게 지내지 말고 가까이 가지도 마라'고 말해야 해요. 폭력이 발생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한테 '친구니까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건 잘못된 방법입니다."
최근 학부모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오은영의 '학교 폭력 대처법'이 화제가 됐다. 2012년 EBS '60분 부모'에 출연해 조언한 내용이 부모들 사이에서 다시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숭의초 학교 폭력 사건이 크게 이슈화되면서 나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도 학교 폭력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면서 "사소한 다툼이나 놀림이 아니라 아이가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한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어른이라면 내 아이를 보호할 책임뿐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는 아이를 멈춰야 할 책임도 있어요. 어린 아이는 단호하게 잘못을 알려주기만 해도 고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은영 박사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건 어른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2015년 기준 학교 폭력 경험률(통계청)은 초등학생이 24.3%로 중학생(18.0%), 고등학생(16.8%)보다 높았다. "아이는 처음부터 착하고 예쁠 수 없어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과 타인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여러 번에 걸쳐 배워야 하죠. 그런데 어린 아이가 '장난'이라며 누군가를 계속 고통스럽게 한다면 부모나 선생님뿐 아니라 동네·학교·사회·미디어의 교육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는 "사소한 다툼까지 학교폭력위원회에 넘겨지면 아이에게 낙인이 찍히고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 "학교 폭력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난과 학교 폭력을 구분하는 기준은 농담과 성희롱을 구분하는 기준과 같아요. 핵심은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거든요. 같은 장난도 A는 받아들이지만 B는 싫어하면 B한테는 더 이상 그 장난을 하지 말아야죠."
그는 현재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을 운영하며 수많은 부모와 아이를 상담하고 있다. 11년간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진행하며 '육아계의 유재석' '국민 육아 멘토'로 불렸다.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부모를 위한 강연을 열고 있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2000명 가까이 오실 때도 있어요. 요즘은 '황혼 육아'가 늘면서 할머니도 많이 오시고 열성적으로 질문하는 '육아 대디'도 많이 늘었죠."
변화한 육아 환경을 반영해 최근 책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를 6년 만에 다시 펴냈다. 그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면서 "그동안 메르스부터 세월호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나고 최근에는 연이은 학교 폭력 사건이 보도되면서 우리나라 부모의 불안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가 불안에 휩싸여 과잉 개입을 시작하면 아이는 문제를 처리하고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가 겪는 위기 역시 성장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담대해져야 해요. 아이가 위기를 넘기고 성숙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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