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부동산 대책에서 소외된 1주택자

김원배 2017. 8. 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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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경제부 차장
보유세 인상을 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8·2 부동산 대책 얘기다.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주목할 대책으론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 조항(조정대상지역 40곳 대상)을 추가한 것을 꼽고 싶다.

그동안 9억원 이하의 1주택을 2년만 보유하면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 됐다. 여기에 새로 집을 사고 3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면 일시적 2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즉 2년 보유 요건과 일시적 2주택 조항을 활용하면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를 하면서 양도세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전세를 한 번(2년)만 돌리면 양도세가 비과세된다는 것 때문에 살 집이 아닌데도 청약을 하거나, 적은 자본으로 집을 사는 일이 전보다는 쉽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해진 투기세력이 따로 있다기보다 상황에 따라 누구나 투기 세력화할 수 있다. 거주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뒤늦게 갭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말처럼 집을 투기 수단이 아닌 거주의 수단으로 만들려면 소유하면서 거주하는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 주택 양도세의 경우도 보유 기간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두고 있는데 이것도 ‘장기거주특별공제’로 바꿔야 온당하다. 단순 보유자보다는 오래 거주한 1주택자의 양도세를 깎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위장전입을 걸러내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에선 1주택자가 소외됐다. 정부 계획대로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일반분양 물량의 100%를 청약가점제로 배정한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자가 아닌 보통 1주택자는 당첨 기회가 거의 없다. 더구나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및 분양권 매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금지되면서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사기도 어렵게 됐다. 사람들이 청약이나 재건축·재개발 물량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기존의 새 아파트보다는 가격이 싸기 때문인데 이 기회가 봉쇄됐다.

자녀가 생기거나 자라면서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주도의 성장이 성과를 거두면 더 좋은 지역의 새 아파트에 살려는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부가 공급을 확대한다는 공적임대주택은 대안이 아니다. 이런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물샐틈없는 투기 차단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1주택자를 위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김원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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