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인공지능시대와 뇌의 진화

2017. 8.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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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우주의 역사는 약 137억 년 전의 '빅뱅(Big Bang)'이라는 거대한 폭발을 통해 우주가 형성됐다고 이론으로 시작됐다. 이 이론에 따라 우주의 시간을 1년으로 환산하면 최초의 인류는 12월 31일 오후 10시 30분경에 출현했고, 르네상스 시대는 오후 11시 59분 59초에 해당된다고 하니 현대인류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와 비교해 봤을 때 찰나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며 현재에도 수많은 종이 살고 있는데,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개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4가지 염기로 구성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것은 같은 유전언어를 공유한다는 것이며 모든 생물이 지구 최소의 생물에서 이어져 내려온 후손이라는 증거라고 한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태어나자마자 1시간도 안돼 걸을 수 있고, 인간은 걸음을 배울 때까지 1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걸음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포유류와 달리 인간의 뇌는 거대하다. 태어날 때 태아의 뇌는 성인의 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350g 정도다. 이때에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간뇌, 중뇌, 뇌교, 연수와 주변의 변연계 등은 가지고 태어나지만 인간의 인지능력이나 판단력 등의 지능을 결정하는 뇌고위기능을 담당하는 피질과 신피질은 발달이 안된 상태로 태어난다. 즉 인간은 태어날 때는 어떤 동물보다도 바보다. 이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 골반이 작아지게 되고 뇌가 완전히 발달한 상태로 태아가 출생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걷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신생아는 주위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노출돼있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완전한 보호가 필요하다. 이런 보호가 가능한 것은 인류가 지구를 정복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보호 역시 중요했고, 이제는 여러 가지 백신의 개발로 태아사망률을 낮추게 됐다. 이렇게 철저하게 외부로부터 보호된 뇌는 계속해서 피질, 신피질의 층을 늘려서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된다. 학습에 의해서 우리의 뇌는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일 년 전과 일 년 후의 모습이 같을 수 없다. 또한 1000억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지만 1초에 1개씩 뉴런은 죽게 되는데 80세가 되면 그래도 950억개의 뉴런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뉴런들을 연결시키는 신경회로인 시냅스인데 이것의 차이에 의해 사람들의 지능과 인격 등 개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에는 마음의 상징은 심장으로 인식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심장이 마구 뛰니 심장이 곧 마음이다 생각하겠지만, 심장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뇌로 받으므로 마음은 모두 우리의 뇌 속에 있는 것이다. 인간이 파충류와 다른 것은 생존과 번식만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뇌고위기능은 전두엽과 전전두엽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그러나 일단 화가 나고 분노하게 되면 전두엽과 전전두엽의 기능은 마비돼 마치 뱀의 뇌처럼 공격과 방어만 생각하게 되며 이성은 사라지게 된다. 마크 고울스톤의 저서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의 내용에서 이야기하듯이 흥분하고 화내는 사람과는 말을 걸지 말고 피해야 하며 상대방이 인질범이라고 생각하고 상대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많이 진화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벗어나 디지털 세대를 지내고 앞으로 인공지능의 로봇세대로 진입하게 되면 인간의 뇌는 진화보다는 퇴화를 거듭하지 않을지 염려가 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인공지능이 뛰어넘을 수 없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감성과 이성 그리고 사랑, 믿음, 소망과 같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인류 발생 이전부터 유전자에 들어 있었고, 진화의 비밀이 이 안에 들어 있다.

인공지능은 지구의 45억 년과 인류의 역사 300만 년을 고스란히 전해 받은 인류의 뇌를 과연 거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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