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부안여고, 익명의 섬·여고괴담이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7. 8. 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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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타인데이 선물까지 요구
- 수행평가 점수 깎겠다며 협박
- 피해 학생 40명, 혼자 끙끙 앓아
- 가해교사, 17년 전 직위해제… 왜?
- 채용 시 학교측과 '검은 거래' 있었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손수호(변호사)

손수호 변호사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탐정 손수호'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사건, 관심을 더 가져야 되는 사건.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손수호입니다.

◇ 변상욱> 지난주부터 큰 화제가 됐습니다. 변호사 손수호가 아니라 탐정 손수호로. 오늘 주목하신 사건은 뭡니까?

◆ 손수호> 바로 ‘부안여자고등학교 성추행, 강제추행 사건’입니다.

◇ 변상욱> 이건 상상하기도 참… 체육교사가 수십 명의 자기 제자들을 성추행해서 큰 충격을 줬던 그 사건이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요. 여자 고등학교의 체육교사. 또 피해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에 달하는 제자였기 때문에 굉장히 충격을 많이 준 사건이죠.

◇ 변상욱> 사건 개요를 일단 한번 설명을 해 주신 다음에 파헤쳐 들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 손수호> 올해 6월에 전북 부안에 있는 부안여고 학부모들이 경찰에 그 학교 체육교사에 대한 수사를 요청합니다. 제자인 여학생 10명이 그 교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수사를 진행해 보니까 피해 학생이 10여 명이 아니라 무려 40명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 체육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의 강제추행 사실까지도 드러났는데요. 특히 그 체육교사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심지어 수업 도중에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지거나 또는 교무실로 따로 불러내서 추행을 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200건이 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고요. 학생기록부와 수행평가 점수 조작 또 학생들에 대한 폭언, 폭행, 금품 요구 등 온갖 악행이 다 드러났는데요. 결국 그 교사는 아청법이라고 부르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미 지난달 13일에 구속됐고요. 또 새로 혐의가 드러난 다른 교사 한 명도 엊그제 구속된 상태입니다.

◇ 변상욱> 둘 다 구속됐네요, 결국. 대답은 뻔해요. 내 딸 같아서, 귀여워서, 잘하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뻔한 변명들을 늘어놨겠습니다마는 많은 피해 학생들이 다 증언을 하고 결국 구속되고 또 다른 사람도 구속되고. 그런데 학생기록부와 수행평가 점수를 조작하면서 아이들을 압박하고 폭언, 폭행에 금품 요구. 도대체 여기가 학교인지 뭔지 놀라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 손수호>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제보자들이 한 이야기인데요. 지금 구속은 됐지만 성추행, 강제추행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많았다. 언론에 알려진 건 10분의 1도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했고요. 특히나 이 교사가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했다고 합니다. 이 교사의 눈 밖에 나면 학생들의 학교생활 자체가 매우 괴로워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 변상욱> 담임은 아니지만.

◆ 손수호> 그렇습니다. 특히 수행평가 점수를 악용했다고 합니다. 자기 과목인 체육과목이요. 수시로 학생들을 불러내가지고 자기의 개인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한 거죠. 그리고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수행평가 점수를 깎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각 반마다 반장이 있잖아요. 반장들의 경우에는 정도가 더 심했다고 하는데요. 담임교사가 아닌데도 스승의 날 선물. 또 참 이게 놀랍습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

◇ 변상욱> 밸런타인데이에 왜 자기 선물을?

◆ 손수호> 그러니까요. 또 수학여행 갈 때도 선물을 챙겨야 했고. 챙기지 않으면 그 반 전체의 체육과목 수행평가 점수를 깎겠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고 했고요. 3년 동안 정말 수도 없이 선물을 하느라 부모님 돈이 몇 백만 원은 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졸업생도 있습니다.

◇ 변상욱> 그런데 이렇게 크게 번져서 전부 다 피해자가 될 때까지 어떻게 문제제기가 없었을까, 이 부분이 참 궁금해요.

◆ 손수호> 바로 그 부분이 오늘 이 사건을 다루게 된 주된 이유인데요. 그중에서도 몇 가지 부분을 특별히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 변상욱> 그러면 첫 번째 뭐가 문제였습니까?

◆ 손수호> 각각의 학생들은 '익명의 섬'이었다.

◇ 변상욱> 익명의 섬이라는 얘기는 결국 알리지도 않고 나만 끙끙거리고 다들 움츠리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물론이고요. 졸업생들까지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학생들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나도 당했다라고 털어놓고 있는 상황인 건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추행범죄, 강제추행죄의 특성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뭐냐 하면 피해를 증명할 만한 물증이 뚜렷이 남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피해의 결과물도 잘 남지 않습니다.

추행이라는 게 여러 종류가 있겠습니다마는 단순히 만지는 것, 접촉하는 것도 강제추행에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거는 그 순간, 그 상황을 누군가 지켜보지 않고서는 증인도 남아 있기 어렵고 또한 물증 피해 상황이 남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혹시 믿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게 되어 결국 신고를 주저하게 됐고 수치심을 느꼈지만 계속 참고 있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변상욱>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면 거의 드러내놓고 성추행을 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도 들리던데요.

◆ 손수호> 참 충격적인 이야기가 계속 연이어 나옵니다. 졸업생 말에 따르면 이 교사가 각 학년에 한 명씩 특별히 마음에 드는 학생을 정해 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졸업생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애인처럼 행동했다고 하는데요. 교무실에 가면 애인으로 지정된 학생이 그 교사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고 하고요. 또 책상 청소를 도맡아서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지정된 학생은 마치 공주처럼 취급을 받아서 그 학생과 다른 학생이 다퉜다, 싸움이 있다고 하면 또 다른 학생들을 시켜서 그 공주처럼, 애인처럼 지정된 학생과 싸운 학생들을 따돌림 시켰다고 합니다.

◇ 변상욱> 저 녀석이 못됐는데 저 녀석 주변에 애들 못 가게하고 이렇게 하라 하고 따돌렸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성추행, 강제추행을 당했더라도 제대로 된 신고를 하지 못한 상황이 오히려 당연했던 거죠.

◇ 변상욱> 그러면 신고를 한다든가 부모님한테 가서 엉엉 울면서 얘기를 하면 부모님들이 요새 우리 아이가 다쳤다 그러면 난리가 날 텐데 그런 게 없었나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참 저도 믿기 어려웠는데요. 지난달 25일에 전북도의회에서 교육위원회 긴급현안 질문이 있었습니다. 교육감이 출석해서 이런 이야기했는데요. 이 학교에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된 게 맞다, 인정을 했고요. 그리고 일부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이 사실을 부모에게 말했다. 그런데 부모들도 내가 먼저 나서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면 혹시라도 보복이나 가해가 뒤따를 것을 우려해서 침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입을 다물면서 결국은 모두가 입을 닫아버린 상황이 된 거죠.

◇ 변상욱> 직장 같으면 이런 일이 안 생길 것 같은데 학교 같으면 혹시 가능성은 있겠어요. 예를 들면 '야, 너 졸업 몇 달 안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 손수호> 직장도 그럴 가능성은 있는 거죠.

◇ 변상욱> 그렇죠. 직장도 어차피 험한 일을 당하기 싫으면 입을 닫습니다마는 그러나 분명한 거는 범죄입니다, 성추행도.

◆ 손수호> 물론입니다.

◇ 변상욱> 범죄는 고발하고 아예 징벌을 내려야만 없어지지 그렇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뭘 잡으셨습니까?

◆ 손수호> 또 하나의 여고괴담이다.

◇ 변상욱> 그 무서운 영화요? 한을 품고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나타나서 이렇게 하는 거 아닙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단순히 괴담이다. 이건 뭐 헛소문이다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이 영화가 98년도에 개봉됐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한을 품고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학교에 머물러 있다는 설정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학업성적 그리고 누가 공부 잘하냐. 또 가정형편, 누가 더 부잣집이냐. 부모님 뭐 하냐. 이런 것에 영향을 받아서 설정된 학교 현실을 그린 영화였거든요. 이번 부안여고 사건도 그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변상욱> 부안여고는 그 지역 내에 거의 유일한 인문계 여자고등학교라 다 거기로 가야 된다면서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게 이번 사건을 더 크게 키운 원인 중의 하나인데요. 특히나 부안여중 졸업생의 80% 이상이 이 부안여고로 진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졸업생들도 내가 이렇게 이 일을 당하고 있지만 나중에 결국은 본인들의 동생들도 그 학교를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굉장히 절망스러웠다라고 이야기를 했고요. 또 하나 이 지역의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농어촌지역 학교는요. 수시 입학의 비율이 높고 또 학교의 특성상 내신 점수가 결국은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내신에 영향을 미치는 수행평가 점수가 1점이 아쉬운. 굉장히 작은 점수도 아쉬운 상황이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수행평가 점수를 채점하는 교사에게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죠. 구속된 체육교사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학생기록부와 수행평가 점수를 조작하기도 합니다.

◇ 변상욱> 자기가 조작하면서.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등교를 한 학생을 지각 처리하기도 하고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상황입니다.

◇ 변상욱> 그런데 결국은 교장 선생님도 계시고 교감 선생님도 계시고 학부형들도 계시고. 동네 어른들 뭐 경찰서 아저씨까지 다 계신데. 어른들이 이걸 전혀 감지를 못하고 그냥 이렇게 피해자가 늘어나도록 놔뒀어야만 했는가, 참 그런 생각이 드네요.

◆ 손수호> 그래서 오늘 세 번째로 짚을 포인트가 바로 어른들이 보호해 주지 않았다입니다.

◇ 변상욱> 일단 다른 교사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감으로 알지 않습니까?

◆ 손수호>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요. 특히나 졸업생들 같은 경우에도 당연히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라고 이야기를 했죠. 특히나 이 교사만 문제가 된 게 아닙니다. 조사해 보니까 관련된 다른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구속된 교사가 있고. 그 외에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욕설, 폭언, 금품 요구 등을 했고요. 그런 교사가 10명이라고 하는데요. 전체 교사가 40명이니까 그 4분의 1에 가까운 숫자의 교사가 여기에 연루됐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인 일입니다.

◇ 변상욱> 그러니까 학교가 뭔가 정상적이진 않아요, 그렇죠? 보니까. 그러니까 서로가 약점을 털어서 내놓으면 다 있을 것 같으니까 아마 그런 걸로 침묵의 카르텔이 아니라 뭔가 범죄의 카르텔 같은 게 생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본인이 직접 이런 범죄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옆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몰랐다라고 한다면 주변 일에는 작은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고요. 또 알면서 묵인하고 방조했다라고 한다면 그거는 교육자의 자세가 절대 아닌 것이죠.

◇ 변상욱> 교사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묻기도 해야 되지만 본인들이 뭔가 뼈아프게 반성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정말 동료 교사들로서도 뭐 할 말은 없겠습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최근에 이 학교 뿐 아니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서도 유사한 성추행,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그 학교의 경우에는 전체 여학생의 3분의 1 넘게 추행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나중에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 이야기하자라고 했을 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동료 교사들의 이런 사태에 대한 대응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 변상욱> 이 체육교사가 다른 교사들과 교장, 교감, 감독자들을 무시한 정도를 보면 뭔가 끗발이 있는 사람이어나 그런 게 있나 보죠?

◆ 손수호> 그 부분이 실제로 지금 좀 의심이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교육감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이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서만 갑질을,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다른 교사. 심지어 교장이나 교감을 상대로도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북도의회에서 했거든요. 그리고 또 전북도의회의 이혜숙 의원은 이런 지적을 합니다. 이미 이 교사가 17년 전에 다른 사립학교에서 직위해제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교사가 다시 교육 현장으로 돌아와서 이런 짓을 했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건 이 교사와 학교 또는 학교 법인이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채용 과정에서 뭔가 검은 거래가 있어서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했고요. 지금 학교법인에 대해서 감사가 진행되고 있거든요. 이 감사가 다 끝나고 결과가 발표되면 혹시라도 이 해당 학교 그리고 법인과 동료 교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했던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탐정 손수호. 지금까지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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