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모두 뒷걸음질..'3중고'에 사면초가 몰린 한국GM

진상훈 기자 2017. 8. 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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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한국GM의 자동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주력 판매모델인 스파크와 말리부의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올 초 야심차게 출시했던 신형 크루즈도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올 뉴 크루즈를 배경으로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한국GM 제공

자동차 판매대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올해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를 반전시킬 마땅히 카드도 없다. 지난달 제임스 김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겠다고 밝힌 이후 리더십 공백이 한 달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향후 임금단체협상에서 진통을 겪을 경우 파업이 현실화 돼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 7월 내수판매 전년比 25% 급감…크루즈·말리부·스파크 판매 부진

지난 1일 한국GM은 지난달 내수판매와 수출을 합친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가 4만1406대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9.9%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출이 3만6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든 가운데 내수판매는 1만801대로 24.8% 급감했다.

올해 들어 누적 판매대수도 32만405대로 전년동기대비 9.4% 줄었다. 내수시장 누적 판매량은 8만3509대로 17.4% 감소했다. 그 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주력 모델들의 판매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올 뉴 크루즈는 지난달 1050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1434대가 판매됐던 전달에 비해 26.8% 감소한 수치다.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가 올해 전체 판매실적 개선을 이끌 모델로 기대하며 3만6000대를 내부적인 판매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월별 판매량이 1000대 초반 수준까지 감소하면서 현실적으로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졌다. 7월까지 크루즈의 누적 판매량은 7544대에 그치고 있다.

다른 주력 모델들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중형 세단 말리부는 지난달 2347대가 판매돼 전년동월대비 판매량이 49.2% 급감했다. 경차인 스파크도 26.3% 감소한 4225대가 판매되는데 그쳐 5367대가 팔린 기아차 모닝에 밀리고 있다.

한국GM이 국내시장 판매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는 사이 다른 경쟁사는 전체적으로 선전했다. 현대차의 경우 그랜저와 코나 등의 신차를 앞세워 지난달 국내시장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24.5% 늘었고 쌍용차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4 렉스턴 출시 효과로 14.7% 증가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달 국내시장 판매량이 0.9% 감소해 비교적 선방했다.

지난달 사임 의사를 밝힌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한국GM 제공

◆ 리더십 공백에 실적 부진 지속 우려…임금협상도 난항

자동차 판매량 감소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지만, 위기를 해결해야 할 리더십도 공백 상태다. 지난해 1월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달 3일 “겸직 중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회장 겸 CEO 업무에 집중하겠다”며 돌연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임스 김 사장이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실적 부진과 올해 들어 이어지고 있는 자동차 판매 감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의 공식적인 사임일은 오는 31일이지만, 그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남은 기간 정상적으로 경영에 집중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자동차 판매 감소로 최근 몇 년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한국GM의 적자 폭은 올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5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된 손실액은 1조2741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실적이 악화될 경우 한국GM의 입지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GM은 현재 미국과 중국 등 ‘돈이 되는’ 지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인도와 유럽 등에서 잇따라 철수 결정을 내린 상태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4883만원 인상, 성과급 500% 지급, 야간근무 1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는 장기적인 미래발전방안을 사측에 내놓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지난달 7일에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8%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한국GM은 소형차 개발과 수출 전담기지로 본사의 신뢰를 얻었지만, 매년 계속된 노조와의 갈등은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올해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임단협으로 진통까지 겪을 경우 GM의 한국 철수설에 더욱 힘이 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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