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끊고 SNS 중단..휴가철 '소셜 블랙아웃' 증가
[경향신문] ㆍ“쉬는 시간 방해받기 싫어”…해방감 만끽
4박5일의 제주도 여행을 앞둔 직장인 김수현씨(31·가명)에게 올여름 휴가는 특별하다.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친구들과 ‘특별 미션’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션은 바로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모두 집에 두고 떠나기’. 이들은 이 결정을 ‘소셜 블랙아웃(Social Black Out)’이라 불렀다. 소셜 블랙아웃은 ‘소셜미디어’와 대규모 정전 상태를 일컫는 ‘블랙아웃’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멀리해 소셜미디어 이용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의미다. 김씨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이런 여행을 기획했다”면서 “지난 겨울 휴가 땐 업무 카톡이 계속 울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번엔 그럴 걱정이 없다”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직장인 이모씨(34)도 “SNS에 얽매이는 여행이 싫어 소셜 블랙아웃을 택했다”고 말했다. 가족여행을 앞둔 이씨는 “그동안 SNS에 사진 올리는 게 목적이었는지 휴식이 목적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보여주기식 휴가에 빠져 있었다”면서 “이번엔 SNS를 끊고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른 이유로 소셜 블랙아웃을 결심한 사람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이영진씨(28)는 휴가철이 본격 시작된 7월 중순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를 모두 탈퇴했다. 이씨는 “취업준비로 휴가를 못 가는데 SNS에는 친구들의 휴가·여행 사진이 올라와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며 “SNS 활동을 일시 중단하고 잠시나마 이런 기분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했다. 7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주부 장은수씨(28)도 “미혼인 친구들이 SNS에 올리는 휴가 사진을 보면 아이 보느라 집에만 있는 내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져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고 당분간 접속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저마다 소셜 블랙아웃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해방감이다. 메신저나 SNS 등이 소통 수단인 동시에 피로감을 높이면서 메신저 업무 스트레스, SNS 집착,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휴가 기간만이라도 소셜미디어 이용을 자제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업무에서 완전히 해방되기 위해 소셜 블랙아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 지시를 카톡 등 메신저를 통해 하는 회사가 늘면서 근무시간 외 업무가 증가한 탓이다. 지난해 공개된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업무시간 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3%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연차 등 휴가 기간에 스마트기기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사람도 45.5%에 이르렀다.
과도한 몰입이나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SNS 피로감에서 벗어나고자 소셜 블랙아웃을 하는 사람도 많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13~16일 SNS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SNS 사용자 10명 중 4명(40.9%)이 ‘별다른 실속이 없는데 SNS 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 같다’는 생각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다. 타인의 일상 중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으론 주로 해외여행(73.5%·중복 응답)이 꼽혔다. 여행객이 증가하는 휴가철 소셜 블랙아웃이 많은 이유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 블랙아웃은 과잉 연결 사회에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실과 SNS 세계가 일체된 과잉연결사회에서는 휴가를 어디로 떠나느냐와 관계없이 SNS 활동을 끊는 것만으로도 업무 스트레스나 SNS 피로감을 덜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잠시 본인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정서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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