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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불러주세요"…정체성 찾아 나선 아프간 여성들

송고시간2017-08-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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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나를 '하지 자와드의 동생'이나 '사무엘의 엄마'로 부르지 말고 내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이슬람 단식 성월인 라마단 첫날 여성들이 자녀와 함께 모여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이슬람 단식 성월인 라마단 첫날 여성들이 자녀와 함께 모여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사는 여성운동가 바하르 소하일리는 지난달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 이름은 어디에'(#WhereIsMyNam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소하일리 등은 그동안 아프간에서 여성의 이름을 다른 사람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명예롭지 않게 생각해 온 금기를 깨고 여성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여성을 이름으로 불러달라며 이달 초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내 이름은 어디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아프간에서는 남편들이 자신의 부인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기에 '애엄마, 집사람' 등으로 부르며 심지어 '우리 염소, 우리 닭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부측 결혼식 초대장에는 신부 아버지 이름과 신랑 될 사람 이름만 나올 뿐 정작 당사자인 신부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다. 관공서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에도 그를 낳은 어머니의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처럼 여성의 이름을 금기시하는 것은 일반적인 이슬람 관습이라기보다는 아프간의 지역적 관습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사회학자 하산 리자예는 "부족의 논리에 따르면 여성의 몸은 남성의 소유로 생각되기에 다른 남성이 그 여성을 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이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한 달간 소하일리 등의 시도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프간 유명 남자 가수인 파라드 다리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며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한 뒤 '파라드와 술타나 다리아'라고 썼다.

정부 관리와 의원, 예술가들도 잇따라 지지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아프간 전통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청년단체 대표인 모다세르 이슬라미는 "어머니와 부인, 자매들의 이름은 그들이 머리에 쓴 스카프처럼 신성한 명예의 상징"이라면서 "여성들이 스스로 머리 스카프를 하는 것처럼 이름도 여성 자신이 필요할 때 말하면 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운동이 소수 특권층만의 목소리라거나 실생활에서의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의 한 식당에서 여성을 그의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내 이름은 어디에' 캠페인의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인 랄레 오스마니(오른쪽)이 아이폰을 들여다보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0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의 한 식당에서 여성을 그의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내 이름은 어디에' 캠페인의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인 랄레 오스마니(오른쪽)이 아이폰을 들여다보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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