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청구 남발'에 몸살 앓는 헌재.. 상반기 사건 87% '각하'

2017. 8.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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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남발되는 심판 청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가 인터넷을 통해 사건을 접수하기 시작한 이후 사건은 꾸준히 증가했고, 헌법소원을 남발하는 사례도 그만큼 많아졌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헌법소원 사건 특성상 국선대리인 보수가 낭비되는 점도 문제다.

재판관 4명이 각하 의견을 낸다면 9인 재판부로 사건이 넘어가더라도 위헌결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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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580여 건 헌법소원 내는 경우도
-‘선택과 집중’ 어려워… 7년째 심리하는 사건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헌법재판소가 남발되는 심판 청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헌재가 집계한 올 상반기 사건 현황을 보면 처리된 사건 수는 1207 건이다. 이 중 위헌 결정이 2건, 합헌 37건, 인용 15건, 기각 78건이었고 취하된 사건은 14건이었다. 나머지 1061건은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87%가 무의미한 사건인 셈이다.

헌재에 사건이 접수되면 곧바로 재판관 9명이 심리하는 게 아니라 1차적으로 3명의 재판부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각하 여부를 검토한다.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이미 결정이 내려진 사안인데 형식만 달리한 사안인 경우, 혹은 최근 선례가 있어 기각할 게 명백한 경우는 굳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


헌재가 인터넷을 통해 사건을 접수하기 시작한 이후 사건은 꾸준히 증가했고, 헌법소원을 남발하는 사례도 그만큼 많아졌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2007~2011년 무려 580여 건의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 기간 중 김 전 교수가 낸 헌법소원은 모두 각하됐다.

문제는 의미있는 사건에 집중해야 할 헌재 인력이 낭비된다는 점에 있다.

지정재판부에 소속된 연구관들은 물론 재판관들도 일일이 기록을 검토해 인용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해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헌법소원 사건 특성상 국선대리인 보수가 낭비되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헌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소송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이상 사건의 진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사건 청구인에게 일정 금액을 내도록 하고 나중에 돌려주는 ‘공탁금’ 규정을 뒀지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 때문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안으로는 국선대리인을 지정하지 않거나 지정재판부 운용을 바꾸는 방안도 거론된다. 헌법재판소법 70조에서는 심판청구가 명백히 법에 어긋나거나 권리 남용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선대리인을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가 ‘권리의 남용’인지 지정재판부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고, 공탁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 헌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학계에서는 지정재판부 운용을 현행 3명이 아닌 4명으로 바꾸자는 대안도 거론된다. 재판관 4명이 각하 의견을 낸다면 9인 재판부로 사건이 넘어가더라도 위헌결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최소한 지정재판부를 통과한 사건이 전원재판부에서 각하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한편 헌재 통계에 따르면 최장기 미제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으로, 2011년 접수돼 7년째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사건으로,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사건과 함께 심리 중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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