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유준상, '벤허'가 왜 명작인지에 대해 답하다

정다훈 기자 2017. 8. 1. 07: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저희 뮤지컬을 보면 ‘벤허’가 왜 명작인지 알 수 있어요. 뮤지컬은 감동도 줘야 하지만 음악의 완성도는 기본이고,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해요. 이 모든 것들을 충족할 수 있는 뮤지컬이 탄생한 거죠.”

국내 뮤지컬 사상 초유의 흥행을 기록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을 비롯한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도전하는 뮤지컬 ‘벤허’가 오는 8월2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뮤지컬 ‘벤허’는 루 월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동명의 영화는 1959년 개봉해 아카데미어워즈 11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배우 유준상 /사진=지수진 기자
뮤지컬 ‘그날들’, ‘프랑켄슈타인’,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등 무대와 TV를 종횡무진 누비며 특유의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유준상이 창작 뮤지컬 ‘벤허’의 초연 무대의 타이틀 롤을 책임진다.

→다음은 용산구 한남동 스테이지B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과의 일문일답이다.

-SBS 드라마 ‘조작’ 제작발표회 현장인 13층도 걸어서 올라갈 만큼 몸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웬만하면 이유 없는 노출을 안 하는데, 드라마 전개상 벤허가 노예가 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해서 노출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벤허’ 연습이 정말 엄청나게 빡셉니다. 저희가 노력한만큼 관객들이 정말 좋아하지 않을까요? 연습 끝나고 헬스장 가는 하루 하루가 계속 되고 있어요.“

-엄청난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 연습실 분위기가 어떤가?

“무엇보다 앙상블들의 무용을 보고 있으면 홀린다. 아예 넋이 나갈 지경이다. 우리 공연 정말 장난 아니다. 작년부터 탄탄한 몸에 안무가 다 되는 친구들을 캐스팅 했다고 들었다. 처음 연습 시작한 날 앙상블들이 이미 준비한 일곱가지 안무를 보여주겠다고 하더라. 첫 연습날인데 안무를 외우고 이미 연습하고 있던 것이다. 친구들의 안무를 보는데 ‘와’ 소리밖에 안 나오더라.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거죠.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열심히 안 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뮤지컬 ‘벤허’ 유준상
-운명적인 작품을 만난건가?

“왕용범 연출님이 대본을 빨리 외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며칠만에 외웠고, 첫 연습 일주일만에 1막 런을 시작했어요. 전 캐스팅이 다 외워 온 걸 보면서 우리 작품은 잘 해나갈 수 밖에 없는 는 운명이겠다고 느꼈어요. 첫 연습 시작인데 이미 이렇게 한다는 게 놀라웠죠.

1막 엔딩곡이 정말 슬픈데, 펑펑 울면서 연습했어요. 워낙 제가 눈물이 많잖아요. 우리가 운명적인 작품을 만나고 있구나란 생각과 함께요. 연습 속도가 엄청 빨라요. 창작 뮤지컬에서 쉽지 않거든요. 창작이기 때문에 연출님이 더 준비를 많이 했고, 스태프랑 배우들이 한 마음으로 다 같이해서 가능한 일이었던거죠.”

-왕용범 연출이 만든 ‘벤허’이다. 다른 연출이 만든 ‘벤허’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안 할 가능성이 컸겠죠. 작품만 좋다고 무조건 OK 하진 않아요. 저도 까다롭다면 까다로워요. 콜 오는 작품을 다 하진 않아요. 다행히 많은 작품이 들어왔는데, 안 한 작품이 훨씬 많죠. ‘벤허‘ 이후 왕 연출이 제안한 작품이 몇 개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전 ’하시죠‘라고 답해요. 왕 연출이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을 시키기 때문에 믿게 되는거죠. 아! 이 사람은 이걸 위해 계속 준비를 하고 있을거야란 신뢰감을 심어주거든요.”

-왕용범 연출과 첫번째로 함께 한 작품이 2009년 ‘삼총사’ 이다. 첫 만남 이후 왕 연출에게 100프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삼총사’를 연습하면서, 1막과 2막 동선을 배우들에게 다 정해주더라. 전 의심이 많은 편이라 연출자가 뭔가를 제안했을 때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않아요. 대본을 들고서 나라면 어떻게 움직일까를 상상해봤어요. 당시만 해도 배우가 동선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에 익숙해져있었거든요. 연출자가 그어주는 동선으로 작업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나였어도 이렇게 밖에 움직일 수 없겠다고 생각 할 정도로 동선이 너무 깔끔하게 나왔어요. 이 사람이 말하면 무조건 믿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3일만에 대본을 외워간다는 게 배우들에겐 비상이거든요. 왕 연출의 시스템을 아니까 안 할 수가 없어요.“

-왕용범 연출과의 작업이 배우로선 정말 힘들다고 소문이 났다. “전 익숙해져서 놀라진 않는데 힘들긴 힘들어요. 처음 작업한 친구들은 ‘이게 뭐지?’라고 할 정도로 힘들거든요. 전 이미 그만큼 준비가 돼 있고, 뭘 해 가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낫기도 하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안 해오면 안 되니까요. 반면 연출님 본인이 쓴 것과 제가 구현해내는 것과의 일치감을 보고 희열을 느껴서 저를 믿어주신다고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그런 힘이 서로에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배우 유준상 /사진=지수진 기자
배우 유준상 /사진=지수진 기자
-‘벤허’가 ‘프랑켄슈타인’을 이을 흥행 뮤지컬로 점쳐지고 있다. 두 작품 모두를 다 한 배우로서 흥행 예감이 오는가? “창작 할 때 누구도 그 결과가 잘 될진 몰라요. ‘프랑켄슈타인’ 때도 고충이 많았어요. 그 때 같이 하면서 공연 개막을 얼마 앞 두고 대본을 다 바꿨어요, 배우들이 초인적인 힘으로 다시 다 외워서 갔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 마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 만큼 왕용범 연출의 에너지가 대단하세요. 자기가 잘 할 수 있을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한다는 게 대단한거죠. ‘벤허’도 워낙에 대작이잖아요. 원작만 해도 400페이지가 넘어서 읽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려요. 예정했던 시간보다 1년이란 시간을 더 고민하면서 만들어간 작품입니다.”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다시 뭉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가 대단하다. “정말 창작뮤지컬을 이렇게 해내는구나. 프랑켄슈타인의 성공이 운이 아니었어. 두 사람의 콤비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어요. ‘벤허’의 2막이 구성된 걸 보면서 정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 영화에서 보여준 것 이 후의 스토리가 원작엔 100페이지가 넘게 남겨져있어요. 저희 뮤지컬은 그 후 이야기까지 다 담은거죠. 워낙에 명작이지만 명작을 어떻게 해석하고 각색하느냐. 그게 창작자들의 몫이죠. 왕용범 연출이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대본을 완성했어요.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재수정, 또 재수정을 했어요. 본인 스스로 엄청난 고통을 많이 겪은거죠.“ -‘벤허’ 작업을 하면서 명작의 힘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나? “대단한 명작이란 걸 다시금 느꼈어요. 이야기는 정말 단순한데, 인간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담겨있어요. 그 시대는 메시아를 상상의 세계에서든 실제로 만났을거다고 봐요. 예루살렘 유혈사태 역시 계속 보고되는 걸 보면서, 아직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는 일이구나란 걸 느껴요. 이야기자체가 우리나라 정서와도 맞아떨어지는거죠. ‘지금 우리 이야기인데’ 란 시대 정서까지 담겨 있어 더더욱 공감할 명작입니다. 게다가 뮤지컬을 통해 명작을 경험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사회적인 메시지 외에도 재미와 감동도 놓쳐선 안되거든요. 이 모든 걸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명작입니다.” -몸이 부서져라 무대 위에서 온 정성을 쏟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런 유준상의 진심은 제대로 통한다. “뮤지컬 배우라고 해서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지. 더 못한다는 이야기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뮤지컬은 티켓값이 비싸잖아요. 배우가 관객에게 그만큼 주지 않으면 외면하게 돼 있어요. 정말 내가 이 뮤지컬을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그러니 저희들은 몸 부셔져라 해야죠. ‘로빈훗’ 공연 때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공연 중에 내가 이렇게 갈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곧 공연 중이라고 다행이다. 이게 바로 영광의 상처이다란 생각을 했어요. 무대에서는 내가 눈물을 흘리는 게 잘 안 보일 거기 때문에 더 디테일하게, 더 세밀하게 자연스럽게 찾아가려고 해요. 가짜로 하는 건 관객들이 바로 알아채거든요. 그렇게 때문에 더 집중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