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카카오뱅크'로 갈아타는가..카뱅 열풍 분석

이혜인 기자 입력 2017. 8.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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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카카오뱅크가 출범 100시간, 영업 개시 5일 만에 고객수 100만명을 넘겼다. 상당수 이용자는 시중은행에 넣어뒀던 돈을 카카오뱅크로 이체하거나, 주로 이용하던 서비스를 카카오뱅크에 연동 시켜놓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만 오면 카카오뱅크를 주거래 은행으로 바꾸겠다”는 선언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이 좋은 일로 이렇게까지 화제의 중심에 놓인 건 적어도 최근 몇년 안에는 처음있는 일인 것 같다. 무엇이 사람들을 카카오뱅크로 모여들게 하고 있는 걸까.

■‘과한 정보(TMI)’가 없다

카카오뱅크를 ‘예찬’하는 신규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인트는 하나로 모인다. 과도한 정보, 즉 ‘TMI(too much information)’가 없이 서비스가 간결하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능을 끌어다 놓기보다 기존에 소비자들이 불편하다고 느낀 장치들을 제거한 것이 청량감을 제공했다는 평들을 내놓는다.

회사원 신모씨(33)는 지난 30일 친구에게 카카오뱅크를 통해 송금을 받아본 후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했다. 카카오뱅크 소액 송금이 매우 간편하다는 친구들의 평에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을 했는데, 써보니 기대보다 더욱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신씨는 “은행앱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로그인하는 것부터 귀찮아 잘 안 들어가게 되는데, 카카오뱅크 앱은 패턴으로 로그인할 수 있으니 하루에도 몇번씩 습관적으로 로그인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프로필, 메인 계좌와 잔액, 송금 버튼이 간결하게 떠 있는 구성도 마음에 든다. 신씨는 “은행 앱에 로그인하면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은데 은행이 내세우는 서비스 정보를 메인에 둬서 더 상품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카카오뱅크는 무슨 상품이 있는지 천천히 둘러보게 된다”며 “카카오뱅크로 주거래 은행을 옮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앱들을 살펴보면 메인화면에는 소비자들이 주로 쓰는 소액송금 기능이나 내 계좌 정보 대신 은행이 내세우고 싶어하는 신규 서비스들이 가득했다. 한 은행의 경우 최근에 내놓은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일 메인 화면에 위치해있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은행 앱이 ‘공급자 중심’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로그인과 각종 이체 시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핀란드에서 공부 중인 최원석씨(33)는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써본 후 “흥해라 카카오뱅크”로 시작하는 사용후기를 SNS 계정에 올렸다. 기존에 국민은행을 이용해서 주로 해외송금을 하면서 너무 거추장스러운 절차가 많다고 느꼈다고 한다. 유학생 해외송금을 하려면 1년마다 국내 은행에 증빙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니 본인이 가지 못하면 국내 은행에 서류를 내달라고 부탁할 사람을 구해야했다. 최씨는 “은행 홈페이지에서 송금을 할 때마다 공인인증서, 해외 출국자 확인, ARS 인증 등 복잡한 인증단계를 여러번 거쳐야 하는데, 홈페이지가 멈추기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해외송금을 하면서 느낀 건, 은행이 여러번의 인증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존 거래 정보 불러오기 등을 빠르게 하는 등으로 서비스를 쉽게 개선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최씨는 “카카오뱅크로 송금을 하니 복잡한 인증 없이 1분만에 송금이 가능했으며, 기존은행에서 3만원 가량 내던 수수료가 5000원 정도로 줄었다”며 “기존거래를 다 옮기긴 어려울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업무가 편리한 부분이 많아지면 점점 더 모바일 은행으로 옮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사진·카카오뱅크 제공

■확실한 ‘킬러 서비스’는 ‘우월한 대출상품’

카카오뱅크는 여러 상품을 주렁주렁 늘어놓는 대신 몇개의 상품을 확실하게 서비스하는 데 집중했다. 출범식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왜 카카오 계열사들과 협의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은행의 각각의 영역에서 고객에게 신뢰를 받고 고객이 형성되면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를 점차 내놓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출범 초반에는 기존 은행보다 훨씬 적은 수의 예·적금, 중금리 대출, 신용대출 상품만 갖추고 시작했다.

시중 은행보다 금리를 확실하게 낮추고 한도를 늘린 신용대출은 대히트를 쳤다. 신용대출인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는 최저 2.86%로 평균 3%가 훌쩍 넘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상품보다 금리가 낮다. 한도도 최대 1억5000만원으로 일반 은행이 갖춘 직장인 모바일 대출 중에 가장 높다.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 출범 두어달 전까지 비대면 직장인 모바일 대출의 한도를 5000만원으로 두다가 1억으로 높인 것을 감안하면, 대출상품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신용등급 8등급 저신용자도 소액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의 류한석 소장은 “카카오뱅크의 초반 열풍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다”라고 말했다. 류 소장은 마치 초반에 좋은 상품이 한정판으로 나왔을 때 너도 나도 사두려는 것처럼, 카카오뱅크 대출을 너도나도 신청하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전했다. 앞서 나온 케이뱅크의 ‘직장인K 신용대출’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시중단된 것을 본 사람들이 카카오뱅크의 대출을 초반에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초반 대출열풍이 특히 더 뜨겁다는 것이다. 류 소장은 “카카오뱅크 서비스로 인해 기존 은행들이 비싼 대출금리를 받고 대출대상도 한정해놨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금융기관을 사람들이 좋아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며 “사람들이 카카오뱅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상식적인 금융 서비스를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가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아직 풀어야할 과제도…

카카오뱅크가 초반 안착에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물론 있다. 급증하는 대출액(여신)은 한편으로는 숙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기 자본금이 시중은행에 비해서 훨씬 적고 대출 부실관리 경험도 적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대출이 카카오뱅크에는 확실히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케이뱅크도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도거래(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신규 상품 판매를 지난달 15일부터 일시 중단했다. 자본금 증자를 빠른 시일 내에 하기 어려운 데다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3000억원)은 케이뱅크(25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출이 급증하면 증자를 예상보다 앞당겨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완전한 비대면 환경에서 사고 발생 시 대처가 느릴 수 있다는 점은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기존 은행에서는 대면 거래라는 옵션이 선택 가능하다. 대면 거래 시 대포통장 등의 금융사기 연루 가능성을 직원이 조기에 포착할 수도 있고, 사고 발생 시에는 지점 직원의 도움 아래 신속하게 사고 대응을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측은 “오히려 모바일 기반이 대포통장 거래 등이 쉽지 않아서 보안이 더 높으며, 고객센터를 통해 24시간 사고 응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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