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탈원전해도 5년간 전기료 인상 없다" .. 그 이후엔?

이승호.채윤경 2017. 8. 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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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엔 신규 가동 많아 여유
2030년엔 10GW 설비 확충 필요
신재생에너지로 보완한다지만
"발전비용 20% 늘 것" 반론 많아
전기 먹는 4차 산업혁명 고려 안 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1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 당정 협의’에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건설 영구중단 여부를 놓고 공론화가 시작된 신고리 5, 6호기는 각각 2021년, 2022년 완공 목표로 향후 5년간 전력 수급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당정 발표대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영구중단돼도 향후 5년간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이 가동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월성 1호기를 제외하면 5년 사이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을 멈추는 원전은 없다.

같은 기간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지만 총 설비용량은 3345㎿에 그친다. 반면 이 기간 가동을 새로 시작하는 발전소는 원자력 3기(4200㎿), 석탄화력 7기(6774㎿), 액화천연가스(LNG) 5기(2461㎿)다. 지난달 기준 국내 발전소 총 설비용량은 약 11만㎿다. 5년 후 발전 설비용량이 현재보다 약 10% 증가하는 셈이다.

문제는 탈원전 정책이 지속할 경우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새 정부 에너지 정책(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에 따라 2031년까지 총 29기(2만8500㎿)의 발전설비가 폐지되면 2025년 이후 최소 1만1200㎿의 신규 발전설비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1000~1200㎿인 것을 고려하면 2025년 이후 원전 9~11기 정도의 발전설비가 필요한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지난 6월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확대하면 발전 비용이 2016년 대비 약 21%(약 11조6000억원)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당정은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부족분은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가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정책위의장은 “탈원전 전력 수요 대비 적정 설비용량을 분석한 결과 2030년에는 10GW(1만㎿)의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며 “남은 15년 동안 신재생에너지·LNG 발전소 건설을 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발전원가, 사회적 비용 따져 재산정”

당정은 또 올해 안에 원전 등 발전연료의 ‘균등화 발전원가’를 산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원자력, 신재생, 화력 발전 등 전기 생산 과정에서 드는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원전이 저렴하다는 주장에는 원전 발전단가에 포함돼야 할 사회적 비용이 빠져 있다”며 “방사선 폐기물 처리, 원자로 폐로 처리 등 사후비용을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말했다. 2022년 이후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신재생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하락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22년 균등화 발전원가를 ㎿당 원전은 99달러, 풍력 64달러, 태양광 85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전력 수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감소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근거는 지난달 13일 ‘수요전망 워킹그룹’이 공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전력수요 전망치 초안이다. 워킹그룹은 2030년 전력 수요량을 101.9GW(10만1900㎿)로 7차계획 전망치 113.2GW(11만3200㎿)보다 급감할 것으로 봤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4차 산업혁명 등의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나 인공지능(AI) 기술 보급은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고리 5, 6호기 공사현장을 찾은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도 “ICT(정보통신기술)산업에 들어가는 전력 수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전기요금 폭탄은 없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증가할 LNG 발전의 연료 공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박호정 교수는 “중동산 LNG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산 LNG는 계약 구조가 복잡하다”며 “LNG 가격 변동 리스크 완화가 에너지 다변화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승호·채윤경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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