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전력수급 차질·요금폭탄 없다지만.. 전문가들 "불확실성 여전"

정지혜 2017. 7. 3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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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목소리 / 당정, 탈원전 부정적 여론 차단 / 부족분 LNG 발전 등으로 충당 / 김태년 "수급계획 지장없게 관리" / 재계 "상당한 전기료 부담 불가피" / 학계 "현재 발전설비론 위험수위"

신고리 원전 5·6호기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활동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조기 차단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022년까지 전력수요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전망보다 감소하고, 전력설비에 여유가 있어 전기요금은 현재와 유사한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며 “2022년 이후에도 신재생 발전단가 하락 등으로 요금 인상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정은 또 원자력발전소의 전기생산 비용에 환경·사회적 비용 등을 반영한 균등화 발전원가(LCOE)를 공개하기로 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 등 환경과 사회적 비용을 모두 반영할 경우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론화위 활동에 맞춰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수요 대응, 전기료 인상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숙의하는 당정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오른쪽)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1일 탈원전 정책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에서 머리를 맞댄 채 이야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당정 “5년 내 전기료 폭탄 없다”

당정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5년 동안 전기요금 폭탄은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의 요금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완료되는 2022년으로 잡았다. 설사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이 중단돼도 전기료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정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부족한 전력은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항간에 원전을 지지하는 분들 혹은 세력들이 전력수급계획에 문제가 있다거나 전기요금이 오른다면서 ‘폭탄’이란 용어를 동원해 공격하는데 전력수급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관리하겠다”며 “탈원전을 해도 전력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정은 원전 발전원가가 저렴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원전 발전원가에 포함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빠진 데다 핵폐기물 처리, 폐로, 사고 위험 등을 감안하면 원전 발전원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논란에 대해 정부가 최종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총리는 “어느 경우에도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고, 다만 그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미”라며 “공론화위가 시민들을 통해 내려주는 어떤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수요·비용평가 더 고려해야”

학계와 정치권은 당정 발표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연간 총 전기량 ‘증가율’이 감소세일 뿐 피크타임 최대전력수요는 2015년 77만∼79만㎿에서 지난해 83만∼85만㎿로 7∼8%나 올랐다”면서 “전력부족 사태가 없을 것이란 주장은 무의미하고, 이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10년간 최대전력수요는 빠르게 증가했고 현재 발전가능설비 93만㎿로는 8만㎿밖에 여분이 없어 위험수위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력시장신기술연구센터 소장인 박종배 건국대 교수(전기공학)는 “단기적(2022년까지)으로는 에너지 믹스 변화가 없으니 전기료 인상도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 이후에는 에너지원별 가격 변동성을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국가적인 정보 공개와 데이터 축적 시스템 구축 등 연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다만 “원전은 새로운 부지 확보와 송전 인프라 투자 등 비용 상승 가능성이 있고, 신재생에너지는 기술 개발에 따른 비용 하락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이 태양광, 풍력에너지 비중을 마냥 늘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전 축소가 ‘에너지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평양을 제외하고 대부분 ‘전력 사각지대’인 북한과의 통일 대비를 위해서라도 급격한 탈원전 정책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정부는 정책 설계나 장기적 대안 없이 29.5%의 공정률을 보이는 원전 건설을 갑작스럽게 중단시키고, 그 앞날을 아무런 지위가 없는 공론화위원회에 맡기겠다는 무책임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지혜·김달중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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