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잠기는 건 순간이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는 냉정한 현실을 맞닥뜨려야 했다.

황재균은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6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타율은 1할5푼9리에서 1할5푼2리로 떨어졌다.

그에게 무안타의 아픔을 안긴 건 1987년 동갑내기 친구이자 다저스 선발 투수인 류현진이었다. 황재균은 류현진과 처음으로 마주한 2회초 1사 1루에서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3구 삼진으로 잡혔다.

황재균은 0-0의 균형이 이어진 6회말 2사 1·3루에서 로건 포사이드의 강습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지만 8회초 세번째 타석에서 코너 길라스피와 교체됐다.

이날 류현진과의 맞대결은 1089일만이었다. KBO리그에서 뛰던 2012년 9월6일 대전구장에서 류현진이 선발로 나섰고 당시 황재균은 6번 3루수로 출전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둘은 ‘꿈의 무대’에서 마주하는 영광을 안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선수끼리 투수와 타자로 맞붙은 건 올 시즌 처음이자 역대 20번째다. 하지만 둘의 희비는 갈렸다. 류현진은 웃었고 황재균은 웃을 수 없었다.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지난 29일 1군으로 콜업한 이유는 알렉스 우드(29일)-리치 힐(30일)-류현진(31일) 로 이어지는 다저스 좌완 선발진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황재균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9일 경기에서는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지만 다음날에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어 그나마 잘 아는 상대인 류현진을 상대로도 무안타에 그쳤다.

황재균 대신 교체된 길라스피는 그의 경쟁 상대다. 길라스피는 류현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조쉬 필드를 상대로 홈런을 쳐 0-0의 팽팽한 균형을 깼다.

경기 후 황재균은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내가 못 쳐서 좀 그렇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