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칼럼] '김병지 컷'이 유행? 제가 그 머리를 했던 이유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7. 7. 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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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 ‘김병지 컷’이 유행하고 있다죠? 물론 그 머리는 원래는 ‘울프컷’이라고 알고 있는데 워낙 제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머리다보니 ‘김병지 컷’으로 명명됐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 머리, 아무나 소화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하. 잘생기고 멋진 연예인분들이니까 멋져보이는거 아닐까요. 물론 저야 오래전부터 이 머리를 했기 때문에 익숙해서 잘 어울리는거겠죠. 하하.

그렇다면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언제부터, 그리고 왜 이 ‘김병지 컷’을 했고 나름 이 김병지 컷이 유행했던 예전의 에피소드와 나름 자랑할 만한 긍정적 효과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김병지의 컷의 시작은 ‘나의 실력을 알리려고’

1992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저는 첫 시즌부터 10경기에 출전하면서 제 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1993시즌에는 25경기나 나오며 주전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아직 20대초반으로 나이도 어렸고 울산 현대라는 명문팀에서 주전골키퍼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누구도 크게 주목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스스로 저 자신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현재 제 아내(당시 여자친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내는 머리스타일을 바꿀 것을 얘기했고 함께 상의 후 미용실에 가서 과감하게 지금의 ‘김병지 컷’으로 머리를 한 것과 동시에 다양한 컬러로 염색까지 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당시 축구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남성들은 앞은 바가지머리에 뒤를 조금은 길게 기르는게 보편적이었습니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가서 옆머리는 짧게 뒷머리를 많이 남긴거죠.

처음에 그 머리로 경기장에 나타났을 때 비난을 많이 들었습니다. 운동선수가 운동에만 집중해야지? ‘비행청소년 같다’면서 긴머리에 염색한 저를 사람들은 대놓고 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고 다행히 차범근 감독님 덕분에 비난의 눈초리에도 개성을 지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개방적이었던 차범근 감독님, 개성을 존중해줘

프로 1,2년차 당시 소속팀 울산 현대에는 독일에서 선수은퇴를 하고 차범근 감독님께서 지휘봉을 잡고 계셨습니다. 차 감독님은 신인인 제가 그런 머리를 하고 훈련장에 나타나자 야단보다는 ‘젊은 친구가 개성이 있어’라며 인정해주셨습니다. 차 감독님은 독일에서 생활하시고 선진축구를 경험하시면서 깨어있는 분이셨고 유럽처럼 선수들이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인정해주고 존중하며 독려하시는 마음이 있었던거죠.

이런 마음을 가지는건 쉽지 않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더 경직된 사회였고 특히 스포츠 쪽은 더욱 보수적이라 튀는 것을 용납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하늘같았던 차범근 감독님께서 제 실력은 물론 머리스타일까지도 존중해주시니 하늘을 날 듯 기뻤고 저는 실력으로 보답하기 위해 더 노력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차 감독님만의 지도스타일이 아니었나 회상해봅니다.

당시에는 염색이라 함은 그저 흰머리가 나는 것을 검은 머리로 덮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연예계에서도 염색은 보기 힘들었지만 저는 과감하게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염색했고 그 덕분에 전 ‘머리스타일이 특이한 선수’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절정의 인기때 경기 끝나고 나갈때면 머리부터 보호하기도

그렇게 실력으로나 개성으로 인정받던 저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선방으로 나름 ‘전국민적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K리그 연봉 1위에도 오르고 ‘골 넣는 골키퍼’라는 명성도 쌓이면서 sns 가 보편화 되지 않았던 그때 그시절 온 국민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였다고 자부해봅니다. 하하.

그때는 경기를 마치고 구단버스까지 가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경기장 밖을 나가면 팬들이 제 긴 뒷머리를 손으로 잡아 뜯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머리부터 가리고 경기장을 나서던게 기억이 납니다.

또한 제 머리가 화제가 되고 매번 기자분들이 ‘올시즌은 어떤 머리와 색깔이냐’고 물으며 스포츠 신문 1면에 자주 도배했습니다. 그러자 어린 축구선수, 초등학교 어린 아이들도 이 머리 스타일을 많이 따라했습니다. 꼭 각팀의 선수 중에 4~5 명씩은 병지컷을 하는 선수가 있어서 같이 보고 웃곤 했죠. 그러면 저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 브릿지(특정부분만 염색)를 넣거나 파격적인 색깔을 하기도 했죠.

▶인정받기 쉽진 않았지만… 나름 축구계 개성 문호 열었다는 자부심

앞서 언급했듯 제 ‘김병지 컷’은 제 자신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제 얼굴스타일에 어울리기도 臼늑嗤? 확실히 관심을 받으면서 실력도 함께 성장하니 기자분들의 취재도 많아지고 대중들에게 제 인지도도 달라졌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 스타일을 고수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비난도 많았고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못할 때면 ‘머리는 저렇게 해서 못하네’라며 머리 때문에 더 쓴소리를 듣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제 스타일로 인정받았고 요즘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비슷한 스타일의 머리를 하니 ‘김병지 컷’이다 라고 하시는걸 보고 쑥스럽기도 합니다.

이혜영, 이규연 기자 lhy@hankooki.com

그래도 제 파격적인 머리스타일이 자리를 잡으면서 축구계에서 이후 좀 더 외적 표현이 자유로웠졌다고 자부합니다. 이후 데뷔한 안정환의 테리우스 머리나 이천수의 노란 머리 등 후배들이 자유롭게 머리를 하고 코칭스태프는 물론 팬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흐뭇했습니다.

은퇴를 한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은 제 머리를 보고 저를 알아봐주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은 “은퇴하셨는데 왜 머리를 안 바꾸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전 이렇게 답변하곤 합니다.

“그 덕분에 저를 이렇게 알아봐주시잖아요."

최근 위너의 송민호, 엑소의 백현, 빅뱅의 지드래곤, 배우 남주혁 등 많은 연예인이 시도하면서 다시 유행하는 모습에 패션매거진에서 저에게 호·불호를 묻는 말에 '진정불호'라고 남긴것은 그 분들을 위한 저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 입니다.

어울리지 않는것이 아닌 진정 멋있지만, 팬들께 인정받기까지 비난 받아야 한다는것을 알기에… '진정'으로 남긴 마음 입니다.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매주말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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