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은행권 '슈퍼 메기'의 탄생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2017. 7. 3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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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카카오톡②낮은 대출금리③수수료, 이유 있는 돌풍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금융권에서 제대로 된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라는 익숙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중은행의 까다로운 조건과 복잡한 거래에 지친 고객들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이 그동안 할 수 있었던 고객 서비스 개선조차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30일 오후 3시 기준으로 82만여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고 밝혔다. 신규 고객 수 82만 600명, 예·적금 2천 750억원, 대출 금액 2천 260억원이다. 앞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약 2개월 만에 가입자 30만명을 모은 것을 비교해봐도 폭발적인 반응이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한해 동안 시중은행 전체의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는 약 15만 5천개였다. 은행들이 거의 5년 동안 모집한 고객 수보다 많은 사람들을 카카오뱅크가 사흘 만에 끌어모은 셈이다.

케이뱅크보다 '화제성'이 더 큰 이유는 단연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고객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아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하면 카카오뱅크에 가입하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신규 계좌를 만드는 데도 통상 10분 내외가 소요된다. 유진증권 김인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는 4천 200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잔잔했던 은행권에 큰 돌덩어리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적금 금리는 급여이체나 카드발급 등 번거로운 우대 조건 없이도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입출금 통장에서 쓰지 않는 돈을 따로 지정하면 연 1.2%의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금리 0.2~0.5%에 비해 높다. 또 예·적금 금리는 최고 연 2.0%로,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적금 금리가 1.1~1.8% 수준인 것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
특히 신용대출 때문에 카카오뱅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카카오뱅크는 연 2.86% 금리로, 1억 5천만원 한도의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시중은행 평균인 3.5~6.5% 수준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조건 역시 좋다. 금리 우대를 위한 요구조건도 없고 중도 상환 수수료도 없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청은 카카오뱅크가 각 기관에서 자동으로 고객의 정보를 불러오는 '스크래핑'에 동의만 하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5분 여 만에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손쉽게 빌릴 수 있다.

수수료 경쟁력도 고객을 끄는 요인이다. 시중은행이 금융서비스에 대한 각종 수수료를 올리는 추세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반대다. 카카오뱅크는 주요 시중은행 자동화기기(ATM)와 편의점, 지하철 ATM 등 3대 수수료를 연말까지 받지 않기로 했다. 해외송금 수수료도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의 흥행 광풍에 그제서야 부랴부랴 수수료를 낮추고 대출한도를 올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낸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동안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기관의 수수료 수익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수익 챙기기 영업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국책·시중·지방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은 27조1천 753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흥행으로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를 인하하고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은행이 잘 하고 있던 리스크 관리 등의 분야까지 평가절하되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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