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란드
폴란드의 스마제크(왼쪽)가 31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결승전에서 한국의 김희진(가운데) 양효진을 상대로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제공 | FIVB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그동안의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 한국의 자신감은 승리의 원동력이 되지 못했고, 지는 사이 맷집이 생긴 폴란드는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결선라운드 결승전에서 폴란드에 0-3(19-25 21-25 21-25)으로 패했다. 우승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나서 결승 진출까지 이뤄낸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번 대회를 치르며 폴란드와 두 차례 맞대결을 벌여 한 세트만 내주고 2승을 챙겼던 한국은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상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FIVB가 그랑프리 대회를 단일리그 형식으로 개편하려고 준비하면서 ‘우승=1그룹 승격’ 공식이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국제대회 우승 타이틀을 획득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것은 아쉬웠다. 3년만에 출전한 그랑프리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인 30일 독일과 준결승전을 치르며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뒀던 한국은 피로 탓인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다. 김연경(상하이)이 타점을 제대로 잡아내 찍어누르듯이 강력한 스파이크를 시도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염혜선(IBK기업은행) 세터의 까다로운 서브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점프토스의 높이와 속도도 시원하지 않았다. 김수지와 김희진(이상 IBK기업은행)의 이동공격은 높이가 낮아 상대 블로킹에 번번히 막혔다.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의 연타공격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폴란드 선수들의 손에 쉽게 걸렸다. 공격루트가 여기저기 막히다보니 빼앗긴 리드를 되찾아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폴란드의 수비력이 갑자기 좋아진 듯한 느낌을 줄 만큼 한국의 공격이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폴란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31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폴란드와 결승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제공 | FIVB

홍성진 감독은 박정아 대신 황민경(현대건설)을 기용하고 염혜선 세터와 이소라(한국도로공사) 세터를 번갈아 투입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폴란드의 중앙 속공과 중앙 후위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고전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한국은 2세트 15-19에서 19-20까지 따라잡는데 성공했지만 뒷심이 부족해 세트를 내주고 코너에 몰렸다. 3세트 초반 서브에이스와 양효진(현대건설)의 블로킹이 터지면서 빠르게 앞서나간 한국은 지난 독일전의 좋은 기억을 상기시켰다. 이소라 세터의 점프 토스가 빠르게 연결되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잘라 들어오며 시도하는 박자 빠른 공격도 득점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중앙을 이용한 속공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점수를 허용하면서 점차 페이스를 빼앗겼다. 폴란드는 카콜레프스카가 중앙에서 속공을 꽂아넣으며 한국의 블로킹을 교란했다. 한 때 7-1까지 앞서나갔던 한국은 13-14로 역전을 허용했다. 동점과 역전 포인트 모두 상대의 중앙 속공에 당했다. 14-14 동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보치에크의 오픈공격과 카콜레프스카의 서브에이스로 한국이 14-16으로 위기에 몰렸다. 상대 범실을 이끌어내며 20-20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김연경에게 쏠리는 공이 너무 많아지면서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상대는 김연경을 틀어막았고 자꾸만 연결되는 토스에 김연경의 힘은 계속 떨어졌다. 김연경의 공격이 세차례나 블로킹에 걸리면서 점수는 순식간에 20-24까지 벌어졌다. 결국 경기는 폴란드의 승리로 끝났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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