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징후 알았다면서..하루 만에 방향 꺾은 '사드 운전대'

남상훈 2017. 7. 3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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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추가배치 전격 지시 논란

경북 성주의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정부는 29일 사드 발사대 4기 임시배치로 맞대응에 나섰다. 28일 사드 부지 전체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결정해 사드 연내 최종 배치를 사실상 무산시킨 정부가 하루 만에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로 급선회한 것이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허를 찔린 정부가 환경영향평가와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를 병행하는 자기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파악했다고 밝혔지만, 뒤집힌 사드 배치 결정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알고도 사드 일반 환경영향평가 방침을 발표해 정책 혼선을 자초한 꼴이기 때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 “자강도 도발 징후 26일 보고받아”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의 화성-14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한·미 군 당국이 인공위성 등 전략자산을 통해 자강도 지역에서의 미사일 발사를 사전 포착하지 못했다면 한·미가 공언해온 선제타격 전략이 무의미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러한 의구심은 사드 배치를 두고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정을 내린 지 채 하루도 안 돼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한다는 청와대 입장 발표가 나온 뒤 더욱 가열됐다.

청와대와 군 당국은 30일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26일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사실 역시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았다”며 “미사일 발사 이후 진행된 한·미 간 일련의 대응 조치는 미사일 발사 사실을 몰랐다면 준비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도 “한·미 군 당국은 28일 오후 11시41분 북한의 화성-14 미사일 발사 이전부터 자강도에서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발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해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북한이 언제부터 얼마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자강도에서 미사일 발사에 나섰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공개할 수 없지만, 한·미 정보자산이 이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사드 환경영향평가 방침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사일 대응과 사드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 지시로 사드 발사대가 추가로 임시 배치되지만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 비난

청와대와 군 당국 설명에도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드 문제로 오락가락하는 문재인정부의 태도로는 미국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방미 때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사드 배치 지연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랬던 정부는 28일 돌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신 10∼15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결정해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북한이 29일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자 사드 발사대를 전격 추가 배치키로 한 것은 28일 환경영향평가로 인한 사드 배치 일정 지연 메시지가 성급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환경영향평가와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 병행은 자기모순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로 배치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후 최종 배치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적 한가한 결정”이라며 “사드의 임시배치를 넘어 2~3개 포대의 사드 추가배치를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는 3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관한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남상훈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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