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톡처럼 쉽게 금융거래 안될까".. 8가지 의문점이 카카오뱅크 돌풍 일으켰다

박태희 입력 2017. 7. 30. 18:17 수정 2017. 7. 30. 19: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출범전 전직원 브레인스토밍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 안될까' 등 개선점 모아
이들 질문에 답하는 과정서 UI, UX 만들어져
"기존 은행이 상품판매 위한 도구로 제작됐으나
카카오뱅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앱으로 만들어져"

'8개의 질문, 4개의 정답'.

카카오뱅크의 출범부터 안착까지 과정에 대한 카카오뱅크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제2호 인터넷은행'의 성공 비결은 이렇게 요약된다.

27일 오전 7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영업시작 80시간만에 계좌 개설수 82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시중은행에서 개설된 계좌수(15만건) 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100일 만에 40만명을 모은 것과 비교해도 가입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수신액도 만 하루 만에 720억원을 넘어서더니 80시간이 지나자 2750억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성공의 출발점은 '질문'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진출을 앞두고 소비자의 금융거래 행위, 현재의 온라인 거래 방식의 개선점 등을 전 직원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8개의 질문으로 요약했다.

질문은 '은행앱도 카톡처럼 편하게 쓸 수 없을까'로 시작된다. 한국카카오은행 이용우 공동대표는 "금융거래를 위해 은행 앱에 들어간 고객이 끝까지 거래를 마치는게 쉽지 않으면 국민들 생활 속을 파고들기 어렵다고 봤다"며 "배우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카톡처럼 아주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가장 먼저 가진 공감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체할 때 꼭 공인인증서가 필요할까, 허들(장애물)을 하나 없애고 이체하면 편하지 않을까 ▲왜 카드는 가로일까, 세로면 안 될까, 카드번호는 꼭 앞에 있어야 하나, 뒤에 있으면 안 될까 ▲은행에 금융 상품이 꼭 많아야하나, 간결한 라인업이 오히려 이용하기 쉽지 않을까 ▲최고 금리는 매력적인데, 대상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지 않은가 ▲상품 설명은 왜 이해가 어려울까, 쉽게 설명할 순 없을까 ▲해외송금 비용은 왜 비쌀까, 수취 수수료 때문에 정확한 송금액이 계산이 안 되는 데 방법이 없을까 ▲체크카드를 잃어버린 것 같지는 않은데, 분실신고를 해야 하는 걸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등의 질문이 개선점으로 모아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 애플리케이션을 '상품 판매(Selling the products)'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었다면 카카오뱅크는 '문제 해결(Solving the problems)'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만든 것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모아지고 난 뒤 카카오는 해결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모바일 이용 습관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카카오 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이 대거 카카오뱅크에 합류했다. 해법찾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황은재 매니저는 "앱을 만드는 과정은 금융거래라는 본질과 거래 편의성이라는 목적을 모바일 이용 특성에 맞춰 구현해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출시와 함께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자 카카오뱅크 측은 성공 비결도 분석해 내부 자료에 담았다. 자료에 따르면 비결은 키워드 4개로 요약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발 전 던진 8개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이 키워드들이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번째 성공 키워드는 ‘카카오톡’이었다. 4243만명의 사용자를 가진 카톡과 뱅크를 연결하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카톡을 활용해 계좌번호 없이 송금할 수 있게 되자 고객들이 몰렸다.

두번째는 심플한 이용 환경(UI). 기존 은행 앱이 백화점처럼 차려져 어떤 기능을 어디서 쓸지 혼란스러웠던데 비해 카카오뱅크는 한 페이지씩 쉽게 넘어가면서 가입과 송금을 할 수 있도록 직관성을 높였다.

세번째는 '모바일 거래에 최적화'로 분석했다. 예금·대출·체크카드·해외송금의 4개의 카테고리로 메뉴는 간소화됐다. 월급 통장, 관리비 자동이체, 카드 사용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를 없앤 것도 모바일에서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한 눈에 알수 있어야하는 데 여러 우대조건이 붙으면 혼란만 커진다는 모바일 거래의 특성을 감안했다. 업계 최저수준 금리, 해외송금비용 5000원 등도 은행에 가지 않고 즉석에서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지막은 '디테일의 힘'으로 분석했다. 황은재 매니저는 "'이런 기능도 있었네'하고 감동할 정도로 섬세하게 고객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체크카드를 잃어버리진 않았고 어딘가 있을 것 같으나 못찾을 때, 분실신고 대신 체크카드 사용 잠시 중단 버튼을 누르면 고민이 해결되도록 했다. 본인인증을 위한 신분증 촬영시 '직사광선을 피하라'는 등 촬영 환경을 분석해주고, 앱을 사용하다 생길 수 있는 궁금증과 답변을 미리 제공하는 등 작은 불편함 해소에도 나섰다.

이용우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상식을 비틀어보고 불편한 점을 고쳐보자는 관점에서 금융 거래 프로세스를 다시 해석했다"며 "불편함이 카카오뱅크를 탄생시킨 정신을 살려,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더 편리하고 더 믿을만하게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