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Notch]㉝ 인공지능 칩 개발 전쟁 '활활'
인공지능이 차세대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화 현실(AR·Augmented Reality), 로봇 기술과 융합된 인공지능이 의료, 오락, 금융 산업의 승패를 가르고 제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란 예상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 속 상상이 아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최근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했던 구글 딥마인드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구현에 턱없이 부족한 컴퓨터 칩 성능에 불만을 느끼고 인공지능 전용 칩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이어드’는 인공지능 칩을 개발 중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과 인텔, 엔비디아 등 전통적인 마이크로칩 제조사들의 한판 전쟁이 불가피하며 이를 계기로 기술 산업 전반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전용 칩 개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7월23일 하와이에서 열린 ‘컴퓨터 비전 회의’에서 강화현실 제품인 홀로렌즈 신제품을 공개했다.
홀로렌즈의 신기한 기능 못지 않게 홀로렌즈에 탑재된 칩이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언어와 영상 인식 기술을 구동하는 딥 러닝 기술에 특화된 홀로렌즈 전용 칩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개발을 이끄는 해리 선(Harry Shun)은 “홀로렌즈 전용 칩은 헤드셋에 탑재된 머리 움직임 추적 부분과 적외선 카메라 등을 포함, 모든 종류의 센서로부터 파악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홀로렌즈 전용 칩은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보내고 처리 결과를 받는 과정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기기 안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며 “덕분에 반응속도를 높이고 배터리 소모량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홀로렌즈가 방대한 양의 정보 분석을 위해 원격 서버에 데이터를 업로드하지 않아도 되고 인터넷에 연결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해킹 걱정도 없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그래픽 프로세싱 유닛(HPU)'을 업그레이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홀로렌즈 전용 칩이 인공지능 전용 칩을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중요한 기술적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인공지능 전용 칩 개발 뛰어들어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주도한 이세돌, 커제와의 바둑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를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 구글도 인공지능 칩 개발에 뛰어 들었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기기 환경에 최적화된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버전인 텐서플로 라이트(TensorFlow Lite)와 45 테라플롭 급 성능의 ‘TPU2 칩’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보다 적은 전력으로 머신러닝 기능을 구현한 인공지능에 특화된 모바일 칩이다. 아마존(Amazon)도 최근 엔비디아(Nvidia)와 제휴, 다양한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회로를 맞춤 설계할 수 있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기반 칩인 ‘볼타(Volta)’를 설계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비서 스피커 ‘에코’를 통해 가정용 인공지능 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도 뉴럴엔진(Neural Engine) 칩을 개발하고 있다. 안면 인식 등 비전(Vision)과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세스 처리에 특화된 인공지능 전용 칩이다. 애플은 배터리 전력을 최소화하고 증강 현실 등 인공지능 제품에 필요한 정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킨 뉴럴 엔진 칩을 장기적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든 제품에 통합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 기기는 현재 메인 프로세서와 그래픽 칩이라는 두 가지 칩을 사용해 복잡한 인공지능 프로세스를 처리하고 있다"며 "애플이 개발 중인 칩은 인공지능 기능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전용 모듈에서 여러 작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텔, 인공지능 전용 칩 개발에 사활···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 통합” 컴퓨터용 칩 제조의 전통적인 강자인 인텔 역시 인공지능 전용 칩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인텔은 작년 8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인 ‘너바나 시스템즈(Nervana Systems)’을 3900억원에 인수했다. 너바나에서 영입한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그룹을 새로 출범시키고 올 해 안에 인공지능 전용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너바나 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인 아미르 코스로샤히(Amir Khosrowshahi) 인텔 AI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인간 두뇌처럼 움직이는 칩을 개발하려면 연산과 기억 기능을 완전하게 융합해야 한다”며 “하나의 CPU가 메모리, 그래픽 처리 기능 등 다양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독자적으로 발전되던 CPU, GPU, 메모리 기술이 인공지능 전용 칩 개발을 계기로 하나의 칩 안에 통합될 것이란 지적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고유 기능을 하나 하나 구현할 뿐 아니라 작동 메카니즘까지 인간의 뇌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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