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정리뷰] 세월호까지 '기억의 철교' 놓이다..연극 '우아날'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17. 7. 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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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는 증기기관과 함께 산업혁명의 상징이다.

극단 창세의 연극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이하 우아날)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최초의 철교와 같은 작품이다.

최윤의 소설에 비견할 수 있는 연극 '우아날'은 세월호 참사에 놓여진 연극계의 첫 번째 철교이다.

한편, 연극 '우아날'는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이 주최하는 기획초정공연 '세월호' 4주차 작품이며, 오는 8월13일까지 매주마다 다른 작품이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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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연습 장면 (사진=창세)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철교는 증기기관과 함께 산업혁명의 상징이다. 세계 최초의 철교인 '콜브룩데일 다리'는 1779년 영국 세번강(江) 상류에 가설됐다. 철교가 탄생하기 전까지 다리는 나무나 돌로 만들어져 무거운 물류를 건너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 철, 석탄 등을 배로 운송해야 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이마저도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철교의 발명은 물류량의 폭발적 증가를 이끌었다. 재밌는 점은 콜브룩데일 철교의 설계가 기존의 나무 다리와 거의 똑같았다. 단지 건축 재료를 나무에서 철로 바꿨을 뿐인데 비약적 발전을 이끌어낸 것이다. 극단 창세의 연극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이하 우아날)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 중에서 최초의 철교와 같은 작품이다.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술계에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월호를 추모했다. 분노하고 슬퍼하는 마음이야 똑같겠지만 상당수의 작품들이 소재의 무게감에 눌려 예술적 감동을 전달하지 못하고 침몰해야 했다.

연극 '우아날'은 나무를 철로 바꾸듯 다른 작품에서 표현한 세월호 참사의 상황을 빼고 탑승객이 간직했을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만 작품 대부분을 구성했다. '다방구' '말뚝박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친구들과 함께했던 놀이, 방과 후 학원에 갈 때마다 먹는 맛있는 분식, 부모와 함께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의 추억, 술 취한 아버지가 아내 몰래 딸에게 건네는 용돈 등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극단 창세 백석현 연출의 이런 접근법은 세월호 참사 자체의 무게감에서 벗어나면서도 극한 대조를 통해 얼마나 슬픈 일이 벌어졌는지를 관객에게 와닿게 만든다. 본 공연시간 70분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절반가량이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것은 그의 연출적 접근이 성취를 이루어냈음을 반증한다. 작품은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낸 세월호가 침몰하기까지 시간인 101분으로 완성된다.

또한, 연극 '우아날'은 우리가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배우의 움직임과 객석 배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극장에 들어온 관객은 간이의자, 큐빅, 방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다. 배우들은 매 공연마다 무작위로 앉은 관객들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대형뮤지컬 앙상블 배우들이 소비할 만큼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는 마임을 전공한 홍예원 배우가 움직임 연출로 참여한 공이 크다.

일부에선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뭐가 다르냐고 물을 수 있다. 참사 상황을 작품 속에서 배제한 점이 백석현 연출가의 개별적 선택으로 머물 수도 있다. 최윤의 중편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면서도 소재에 함몰되지 않은 첫번째 문학적 성취로 꼽힌다. 이 소설은 1980년에서 8년이 지나서야 발표됐다. 최윤의 소설에 비견할 수 있는 연극 '우아날'은 세월호 참사에 놓여진 연극계의 첫 번째 철교이다.

지난 26일 개막한 연극 '우아날'은 오는 30일 마지막 공연까지 전회차 매진됐으며 예매취소분에 한해 현장 대기자가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연극 '우아날'는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이 주최하는 기획초정공연 '세월호' 4주차 작품이며, 오는 8월13일까지 매주마다 다른 작품이 무대에 선다. 관람료 1만5000원. 문의 (010)8826-1316.

연극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공연 장면 (사진=창세)
연극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공연 장면 (사진=창세)
연극 '우리들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공연 장면 (사진=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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