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타수 무안타\' 김현수, \'신경쓰이네..\'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하몬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경기에서, 볼티모어 김현수가 첫타석 타격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깜짝 트레이드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29)는 두 달 뒤에도 빅리그에 머물 수 있을까.

김현수는 29일(한국시간)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텍사스와 원정경기 직후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양이 돼 볼티모어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김현수 입장에서는 트레이드 소식이 반가울 수 있는 상황. 김현수의 에이전트 측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필리스측에서 김현수가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며 희망을 얘기했다.

볼티모어에 있던 거처를 옮겨야하는 등 빠듯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김현수는 이르면 30일, 늦어도 31일에는 새 유니폼을 입고 내셔널리그 선수로 새 출발할 전망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의 팀 상황도 녹록지 않아 험난한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올시즌 6승 5패, 방어율 4.73을 기록한 우완 선발 투수 제러미 헬릭슨을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보내고 김현수를 포함해 왼손 유망주 개럿 클레빈저와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권도 얻었다.

1883년 창단한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980년, 2008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구단이다. 2007년부터 5년 내리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이었으나 이후 주축 투수를 내다 팔면서 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처졌다. 올해에도 36승 64패에 그쳐 지구 꼴찌를 사실상 예약했다. 승률 5할을 밑돈 2013년 이래 5년째 리빌딩 중이다.

김현수는 박찬호(은퇴) 이후 필리스맨이 된 두 번째 한국인이다. 2009년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박찬호는 선발 7경기를 포함한 45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방어율 4.43을 남겼다.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3.1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박찬호의 마지막 팀이자 자신의 첫 월드시리즈 경험을 일군 곳이다.

올해 필리스는 팀 방어율(4.61)은 리그 중위권이지만 타율(0.248)이 하위권으로 밀려있다. 2년간 계약한 볼티모어에서 플래툰시스템(좌·우 선발 투수 유형에 따라 우·좌타자를 번갈아 기용하는 전술)에 묶여 이렇다 할 붙박이 주전 기회를 잡지 못한 김현수라 기대를 모으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중론이다.

지역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김현수가 잔여 시즌을 에런 올테어, 오두벨 에레라, 닉 윌리엄스 세 외야수를 받치는 벤치 멤버로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 자원은 헬릭슨을 보내고 받은 왼손 기대주 클레빈저이며 김현수는 ‘보험용’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필라델피아 맷 클렌택 단장은 필라델피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탈삼진 능력이 좋고 시속 150㎞대 빠른 볼을 던지는 클레빈저의 어깨를 탐냈다. 육성 파트에서 그를 잘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좌익수 윌리엄스(24), 우익수 올테어(26), 중견수 에레라(26) 모두 20대 중반의 한창인 선수들로 김현수보다 젊고 올 시즌 성적도 좋다. 경기 대부분에 주전으로 출전한 에레라가 타율 0.271에 홈런 9개, 올테어는 타율 0.294에 팀내 최다인 홈런 16방을 쳤다. 나중에 가세한 윌리엄스도 타율 0.306에 홈런 4방으로 만만치 않은 타격 솜씨를 보였다.

김현수는 이들보다 경험에서 앞서나 많이 출전하지 못해 성적에서 밀리는 탓에 선발보다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필라델피아가 베테랑 멀티 플레이어 하위 켄드릭(34)을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날 보내는 등 젊은 선수 위주로 계속 팀을 재편 중이어서 김현수도 이 팀에 계속 머물기보다는 시즌 후 새 팀을 찾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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