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성주·김천 주민, 대정부 투쟁 예고.."사드 발사대 이동 막겠다"

[경향신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김천 주민 등은 29일 새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라 정부가 추가로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기로 발표한 것에 반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성주투쟁위)는 “사드 부지인 초전면 소성리 성주골프장으로 향하는 차량·장비 등의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감시를 강화하겠다”면서 “오는 31일 정부의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전인 지난 4월20일 성주 주민과 원불교 교도 등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성주골프장에서 2㎞쯤 떨어진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를 막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강현욱 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사드가 기습 배치된 지난 4월26일 이전 수준의 강도로 현장 대응할 것 같다. 사드 부지로 향하는 차량 등의 통행을 막겠다”면서 “구체적인 방식은 주민과 사드 배치 반대 단체 간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철주 성주투쟁위 기획팀장은 “지난 4월처럼 경찰 인력 등을 대거 배치해 사드 관련 장비를 이동시키면 막을 수 없겠지만, 박수를 치면서 들여보낼 수는 없지 않겠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희망지킴이’의 참여도 독려하고 정치적 대응 방식도 고려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물리적 대응에는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4월30일 주한미군이 사드 부지 운용을 위해 유조차량을 성주골프장에 반입하려 하자 성주 주민 등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를 막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62)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비가 들어올 것 같다”면서 “지금껏 투쟁을 벌이면서 주민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황인데, 정부에서 이렇게 나오니까 주민 대다수가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 4월처럼 허무하게 사드 관련 장비가 통과하게 놔두는 일을 없을 것이다. 충돌이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희주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전격적으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입장도 나왔다. (사드 배치를 위한) 정부의 꼼수가 드러난 셈”이라면서 “앞으로 더 극심한 마찰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부지인 성주골프장에서 2㎞ 떨어진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 위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표식이 그려져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김성혜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원불교 교무)은 “전쟁 무기인 사드 배치를 서두르겠다는 것은 평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다. 사드로 북핵·장거리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면서 “북한의 전략에 문재인 정부가 말려들고 있다. 러시아 및 중국과 논의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주말 사이 사드 기지 내 공사 등 향후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사드 발사대를 지지하고 있는 땅과 주한미군 및 한국군 숙소, 식당시설 등을 보수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만간 공사 장비와 재료가 반입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8일 성주투쟁위 등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과정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사과, 책임자 처벌 등이 없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이전 정부에서의 외교·안보분야 최대 적폐인 사드 배치를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4월25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등을 실은 차량들이 경북 성주골프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성주투쟁위 제공

주한미군은 지난 4월26일 0시부터 오전 7~8시 경찰 인력 8000여 명을 동원해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모든 도로를 전면 통제해 사드 발사대 2기, 사격통제레이더, 교전통제소 등 핵심 장비들을 성주골프장에 반입했으며, 나머지 발사대 4기는 경북 왜관 미군기지에 보관해 왔다. 당시 공여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생략, 반입 과정의 주민 폭행 등 논란이 불거졌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