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17조에 산 자율주행 기술.. 이스라엘엔 이런 벤처 7000개

예루살렘·텔아비브(이스라엘)/김강한 특파원 2017. 7. 2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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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미 현실이 된 미래] [6] 전세계가 주목하는 창업대국
"실리콘밸리보다 앞선 기술 보유" 구글 등 글로벌기업들 인수 눈독
IT기업도 매년 600여개씩 탄생.. 창업자는 대학생·군인 등 다양
실업률 11.4%서 4.5%로 떨어져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세계 IT(정보기술) 업계를 다시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1위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 벤처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달러(약 17조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 이스라엘 스타트업 매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작년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전자 장비 업체 하만을 인수할 때 쓴 돈보다 2배나 많은 액수였다. 창업 국가 이스라엘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는 이유다. 인구 85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에 구글·인텔·삼성전자 등 세계 320개 글로벌 기업이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모빌아이 본사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연구원 3명은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자율주행차 도로 주행 테스트 자료를 분석하고 있었다.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원들은 "테스트에서 수집한 브레이크 반응 속도, 카메라 인식률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률을 '0'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빌아이 직원들이 독일 뮌헨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장착된 차량의 시승 행사를 하고 있다. ADAS는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한 결과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사고 발생을 막아주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모빌아이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 칩을 탑재한 카메라와 센서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추돌 위험을 스스로 피할 수 있다. 우디 레머 모빌아이 사업개발 책임자는 "모빌아이는 규모는 작지만 독보적인 기술력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손잡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지난 5월 모빌아이 본사를 직접 찾아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논의했다. 황보윤 국민대 교수는 "이스라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업이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며 "한국도 창업 육성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스타트업만 7000개

모빌아이는 1999년 암논 샤슈아 히브리대 컴퓨터공학 교수와 지브 아비람 현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히브리대 한 연구실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독보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작년 매출 3억5816만달러(약 4000억원), 영업이익 1억2094만달러(1350억원)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스라엘 경제부 산하 혁신본부의 아비 루브톤 국장은 "재능 있는 인재가 우수한 스타트업을 만들고 글로벌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는 모빌아이 외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 스타트업이 7000개에 달한다. 자율주행 스타트업만 500여개다. 여기에 매년 IT업체 600여개가 새로 창업한다. 대학생·직장인·관료·기술자·교수·군인 등 다양한 출신이 창업에 뛰어든다. 정부 고위 관료, 금융권 부사장이 모여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를 차리기도 한다. 이들이 일자리도 만들어내면서 1992년 11.4%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 6월 4.5%로 뚝 떨어졌다.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스타트업 오토노모 창업자 아브너 코헨은 "19개월 전 3명이 모여 창업했고 현재 38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이스라엘 인력 모시기 경쟁

이스라엘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앞서가는 비결은 튼튼한 창업 지원 시스템 덕분이다. 정부·벤처투자자·보육센터·창업기획사가 달라붙어 유망한 스타트업을 입체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여러 번 실패한 창업자라도 이유를 묻지 않고 창업 자금 5만달러(5500만원)를 다시 지원해 준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창업기획사(엑셀러레이터)만 100여개다. 이들은 해외 진출, 기술 개발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한다. 텔아비브대학의 창업기획사 캡술라의 아리엘 셀라 국장은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10여개 업체를 만나기 위해 최근 인도·한국·일본·프랑스 자동차 업체가 텔아비브대학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스라엘에는 1년에 100여차례나 스타트업 박람회, 세미나, 콘퍼런스, 전시회가 열린다. 대부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제다. 지난달 6일에도 텔아비브 컨벤션센터에서 제8회 국제국방·안보기술박람회가 열렸다. 3일간 열린 행사에 전 세계에서 1만5000여명이 찾았다. 시모나 발스키 마이크로소프트 벤처담당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실리콘밸리보다 더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연구·개발센터를 이곳에 앞다퉈 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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