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 책 읽으세요]생각의 새끼를 많이 치는 책, '어제의 세계'와 '1913년 세기의 여름'

정원식 기자 입력 2017. 7. 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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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일본에서 4년 동안 살다가 지난해 3월 귀국해서 지금은 전남 여수에 살고 있다. 일본 가기 전에 교수직을 던졌으니 서울에 살 필요는 없고, 제주를 생각했지만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여수로 정했다. 연고가 없는 곳이어서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다. 지금 사는 집 문 앞이 바로 바다다. 하루 종일 바다를 본다.”

- 요즘 몰두하는 일은.

“바우하우스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 왜 바우하우스인가.

“3년 전 <에디톨로지>(21세기북스)에서 창조의 본질은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을 편집하는 데 있다고 썼는데, 바우하우스가 인류 최초의 창조 학교라고 생각한다. 창조성(creativity)이란 단어는 192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시기적으로 바우하우스가 활동하던 때와 겹친다. 창조라는 게 그때의 시대정신이었던 거다.”

- 요즘 읽는 책은.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바우하우스를 이해하려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이른바 ‘벨에포크’(아름다운 시절) 시기 유럽의 지적·문화적 분위기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의 회고록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가 단연 최고다. 원래 자서전이나 회고록, 소설은 읽지 않는데 이 책은 기막히게 재미있다. 책을 쓸 당시 츠바이크는 나치를 피해서 브라질에서 살고 있었다. 도망갔기 때문에 자기 책들을 갖고 갈 수가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 좋았던 시절의 빈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팩트나 자료에 의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 한 권 더 추천한다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1년 전인 1913년을 배경으로 카프카, 프루스트, 프로이트, 피카소, 쇤베르크 등 당시 유럽 예술가들의 행적을 그린 <1913년 세기의 여름>(문학동네)이다. <어제의 세계>가 츠바이크의 주관으로 쓴 책이라면 이 책은 당시 자료를 샅샅이 뒤져서 쓴 책이다. 두 책을 같이 읽으면 아주 재미있다.”

-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했고 공식 직함이 ‘나름 화가’다. 화가로서 추천하는 미술 입문서가 있다면?

“주로 미술사 책으로 입문하는 분들이 많은데 미술사 책은 나중에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보다 보면 확 꽂히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 화가의 그림을 자주 보고, 그 화가에 대한 책들을 읽는 게 먼저다. 미술사 책을 읽으면 왠지 공부하는 느낌이 들 텐데, 그러면 재미없지 않을까.”

- 좋은 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새끼를 많이 치는 책,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말한 <1913년 세기의 여름>이란 책이 그래서 좋았다. 그 책에서 지적인 자극을 받아서 관련 도서 30~40권을 샀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자산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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