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법원, '부패혐의' 샤리프 총리 자격박탈(종합)

김윤정 기자 2017. 7. 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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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5인 만장일치 판결..재무장관 자격도 박탈
야당 "대법원, 새 역사 썼다" 평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조세 회피 및 부정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결국 파면됐다.

AFP통신은 파키스탄 대법원이 28일(현지시간) 샤리프 총리의 부패 혐의와 관련해 대법관 5인이 만장일치로 총리직 자격박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에자즈 아프잘 칸 대법관은 "샤리프 총리의 의원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에 총리직도 당연 취소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반부패 당국에 샤리프 총리의 부패 혐의와 관련해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이 기관은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체포 및 기소 권한을 갖게 된다.

샤리프 내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인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재무장관도 가족 재산 형성 과정을 설명하지 못해 자격을 박탈당했다.

대법관이 판결문을 읽자 재판을 지켜보던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거리에서도 야권 지지자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당국은 유사시를 대비해 법원 주위에 3000여명의 무장 경찰과 의회 경비대를 배치했다. 인근 도로도 통제된 상태다.

샤리프 총리의 사퇴를 주장했던 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임란 칸 대표는 "오늘 대법원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파키스탄 국민들을 대표에 재판부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총리실은 대법원 평결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재판 과정에 심각한 의구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샤리프가 총리직에서 내려왔다"고 밝혔다.

◇ '파나마페이퍼'로 드러난 부패

샤리프 총리의 부패 혐의는 지난해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회피 고객 명단이 포함된 '파나마페이퍼스'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샤리프 총리의 네 자녀 중 3명의 이름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샤리프 총리의 딸이자 정치 후계자인 마리암이 영국에 호화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재산 부정 축재 및 부패 의혹이 계속되자 대법원은 지난 4월 합동수사본부(JIT)를 꾸려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이어 지난 10일 JIT는 "샤리프 총리 가족의 수입과 지출에 심각한 불균형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게 이른바 '폰트 게이트'다. 마리암은 자신이 영국 호화주택의 실 소유주가 아니라는 증명 문서를 JIT에 제출했다. 그런데 2006년 작성됐다고 밝힌 문서의 폰트는 2007년 도입된 '칼리브리'(Calibri) 폰트였던 것. 이 때문에 문서 조작 논란이 이었고 '폰트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조롱 거리가 됐다.

여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는 수사본부의 조사 결과를 두고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샤리프 총리의 가족이 파키스탄과 중동 지역에서 사업하며 합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에선 뇌물 수수 등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올해 투명서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조사대상 176개국 중 116위를 차지했다.

파키스탄의 역대 총리 가운데 5년 임기를 마치로 마친 이는 아무도 없다. 대부분은 군 혹은 대법원의 판결 등으로 중도 퇴진했다. 당내 갈등으로 강제 퇴진하거나 암살당한 총리도 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딸 마리암. © AFP=뉴스1

◇ 두번째 실각…집권당 내 후임 없어

샤리프는 지난 2013년 세 번쨰 총리직에 올랐다. 철강산업계 거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샤리프는 '경제에는 강하고 탈레반에는 약한 인물'이다.

경제 지도자답게 샤리프 총리는 1990~1993년, 1997~1999년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면서 서방국으로부터 실리적(pragmatic)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1993년에도 뇌물 수수 혐의로 실각됐다.

집권 여당엔 현재 샤리프 총리의 명확한 후계자가 없는 상태다. 딸 마리암이 2013년 아버지의 재선에 큰 역할을 하며 여당 내에서 정치적 기반을 쌓았다. 하지만 그 또한 영국 호화주택 소유 의혹과 폰트 게이트로 신임을 잃었다. 샤리프 총리의 형 사바즈 샤리프는 펀자브주(州) 총리이지만, 중앙 정치 무대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한편 파키스탄 총선은 내년 중반 치러진다. 선거 전까지 여당은 총리 권한대행을 선정해야 한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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