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베네수엘라 유혈시위 확산..美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 대피령

박상주 2017. 7.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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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반정부 유혈 시위로 108명 사망

【카라카스=AP/뉴시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행하고 있는 제헌의회 선거(30일)를 앞두고 베네수엘라의 유혈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국민들의 저항이 확산되면서 자칫 내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17.7.2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베네수엘라 유혈시위가 확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주재 미 대사관 직원의 가족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행하고 있는 제헌의회 선거(30일)를 앞두고 국민들의 저항이 강해지면서 자칫 내전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CNN방송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전날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가 내전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정부의 허락을 얻은 뒤 떠나도록 했다.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 내 미국인들이 체포 혹은 구금 되거나 강도를 당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 베네수엘라 정부 “제헌의회 선거 반대 시위 땐 5~10년 징역형”

베네수엘라 정부는 27일 “제헌의회 선거에 반대하는 시위나 집회 등을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일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네스토르 레베롤 베네수엘라 내무부 장관은 이날 "내일부터 제헌의회 선거를 막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회, 시위, 행진 또는 유사한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5∼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은 그러나 28일 제헌의회 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유혈충돌이 예상된다.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트위터에서 "정권이 시위 금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는 베네수엘라를 접수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제헌의회 선거를 저저하기 위해 26일부터 시작된 48시간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545명의 의원들을 선출한다. 1999년 만들어진 베네수엘라의 헌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가의 질서를 회복하고 정의를 되찾기 위해서는 헌법을 다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체제 세력들은 그러나 제헌의회 구성은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의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 “제헌의회 선거 강행할 경우 내전 상황 치닫을 수도”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20일 베네수엘라 전국에서 벌어진 24시간 총파업으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한 가운데 카라카스에서 자동차 한 대가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불타고 있다. 이날 총파업으로 베네수엘라 곳곳이 사실상 마비됐으며 경찰과의 충돌로 2명이 추가로 사망해 총사망자 수는 95명으로 늘어났다. 2017.7.21

베네수엘라가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할 경우 내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베네수엘라 유엔특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사이아스 메디나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할 경우 우리는 내전의 벼랑 끝에 서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들은 국가의 법치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두 세력이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메디나는 지난 주 마두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유엔특사 직에서 물러났다.

◇ 미국·멕시코, 베네수엘라 인적 제재안 발표

미국과 멕시코는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려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적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26일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 관료 13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4명은 제헌의회 선거를 주도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했고, 5명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폭력과 연관돼 있다. 또 다른 4명은 국영 석유 기업 등의 부패와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 명단에는 티비사이 루세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과 제헌의회 선거를 총괄하는 엘리아스 하우아 전 부통령, 네스토르 레베롤 내무부 장관, 카를로스 알프레도 페렛 암푸에다 경찰청장, 시몬 세르파 국영석유기업 페데베사(PDVSA) 부사장 등이 올랐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 법치를 손상시키려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계속된 시도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만일 베네수엘라 정부가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보다 강력하면서도 신속한 경제적 제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멕시코 재무부는 27일 미국의 제재 명단 속에 포함된 동일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파나마, 페루 등 미주기구(OAS)의 13개 회원국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제헌의회 선거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 마두로 대통령 “내정간섭 말라” 반발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AP/뉴시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10일(현지시간)반정부 시위 중 부상당한 청년이 후송되고 있다. 미주기구(OAS) 루이스 알마그라 의장은 미상원 청문회에서 베네수엘라 관리들에 대한 부분적 제재는 찬성하지만 포괄적 제재는 국민의 고통을 더할 뿐이라며 반대했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마두로 대통령은 27일 남미 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투데이(R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에 대한 공격적 개입주의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한 사람의 대통령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한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안정을 지키는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전략가들은 생각을 잘 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는 평화 속에 조용히 살기를 원한다. 최악의 경우 볼리바르 혁명이 다시 무기를 들고 싸움을 시작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 3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108명 사망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3월말부터 시작된 반정부 유혈 시위로 이제까지 108명이 사망했다. 2013년 3월 암 투병 중이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 이후 권좌에 오른 마두로 대통령은 정정불안과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끊임없는 퇴진 압력을 받아 왔다. 야당과 반체제 인사들은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5월 16일 보안과 식량 분배, 에너지 공급 등에 대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며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기본 상품과 서비스 통제를 통해 기업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지난달 1일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 수립 여부를 국민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연설에서 "새 헌법 제정에 관한 사항을 국민 투표에 부칠 것이다. 국민의 뜻을 알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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