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 업주들 "먹고 살길 막막..文정부, 이력서 사진 왜 없애나"

이재은 2017. 7. 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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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소공원서 사진관 업주 1000여명 집회 참석
"영세 자영업자 죽이는 탁상정책 즉각 중단해야"
"文정부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 방지 위해 사진 꼭 필요"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한국프로사진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새종로소공원 앞에서 열린 블라인드 채용 및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철회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07.28.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여권이나 이력서 사진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력서 사진마저 안 찍게 되면 문 닫아야 해요."

사진관 업주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 앞에 모여 "30만 사진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한 목소리로 토로했다.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에 반발하며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80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장맛비가 오는 짓궂은 날씨에도 지방에서 상경한 1000여명의 사진사들이 우비를 입은 채 참석해 "이력서 사진 부착금지 철회하라"고 외쳤다.

앞서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정부 기관 채용 때 입사지원서에 이력서 사진을 붙이지 않고, 출신지역·신체조건·학력 등을 적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한국프로사진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새종로소공원 앞에서 열린 블라인드 채용 및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철회 촉구 집회에서 카메라를 내려 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8. park7691@newsis.com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 사진관 업주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가 면담을 거부하자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날 참가자 3명은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이들은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 방침이 사진업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육재원 협회장은 "이력서 사진 촬영은 전체 수입의 70%에 달할 정도로 유력한 생계 수단이다.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 조치는 디지털문화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폐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사진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만을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육 회장은 "이 방침이 도입되면 증명사진에 생업을 의지하는 사진관은 폐업할 수밖에 없고, 2차적으로 수십 종의 관련 산업과 대학의 사진학과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안성에서 21년째 사진관을 운영한 이정우(50)씨는 집회에 참석해 "디지털 사진 발달로 웨딩 화보나 돌잔치 사진도 직접 찍는 사람들이 많아져 문을 닫는 사진관이 늘고 있다"면서 "여권·증명사진도 5~10년마다 찍지 않나. 그나마 이력서 사진은 취직하거나 이직할 때마다 필요해 가장 자주 찍는데 이것마저 안 찍게 되면 우리는 매출 절반 이상이 떨어져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한국프로사진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새종로소공원 앞에서 열린 블라인드 채용 및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철회 촉구 집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17.07.28. park7691@newsis.com

이번 방침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범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골목상권 자영업자 살리기 정책을 편다면서 단 한 번도 민생 실태를 제대로 파악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탁상행정으로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법을 시행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시행할 경우 30만 영세 사진 자영업자들의 일터가 사라지고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구에서 30년째 사진관을 운영한 조계제(65)씨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오늘 사진관 문을 닫고 상경했다"면서 "하루에 증명사진 2~3장 찍는 걸로 먹고 사는데 이력서 부착 금지법이 웬 말이냐. 이는 사진 산업 말살 정책이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씨는 "실력 위주로 채용을 실시하겠다는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정책의 이면에서 고통 받는 사진업계 종사자들의 외침을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력서 사진을 부착하지 않으면 대리시험 등 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한국프로사진협회 회원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새종로소공원 앞에서 열린 블라인드 채용 및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철회 촉구 집회에서 블라인드 채용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7.07.28. park7691@newsis.com

비대위는 "기업이 기초 심사 자료에 사진 부착을 요구하는 건 많은 인원이 동시에 지원하는 공개채용 과정에서 신원을 정확히 확인해 대리시험을 방지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라인드 제도가 시행되면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의 행정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고, 비용 증가로 인해 채용조건이 까다로워지거나 규모가 오히려 축소돼 청년 구직자의 지원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은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생존권 투쟁을 위해 2차 대규모 집회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비대위는 이날 집회를 마친 후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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