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오는 왜 시민과 충돌했나

참여사회 입력 2017. 7. 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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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언론과 시민, SNS 시대를 말하다

[오마이뉴스 글:참여사회, 편집:김준수]

 변화하는 뉴미디어의 시대,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다가오고 있나?
ⓒ 참여사회
시민이 주도한 촛불혁명이 일어나 조기 대선이 열리고, 촛불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일련의 과정에는 시민의 힘과 함께 언론 보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사회의 부패를 알리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진보언론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대선 이후 터진 이른바 진보언론(<한겨레신문>·<경향신문>·<오마이뉴스>) 논란은 시민과 언론의 충돌로 많은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들의 비판은 정당한가, 언론사의 사과는 적절한가, 이번 사태 발생은 기자 개인들의 발언 때문인가. 언론사의 보도 태도와 방식의 문제인가, 이용자의 뉴스이용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언론 취재와 보도 방식은 어떤 변화를 요구받고 있나 등 시민과 언론을 둘러싼 많은 질문이 과제로 남았다.

'참여사회'는 언론지형과 SNS를 포함한 미디어 환경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시민의 정치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건강한 정치참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참여사회 편집위원
패널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 SNS 전문가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학 교수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정리 이선희 참여연대 미디어홍보팀장
사진 이한나 참여연대 미디어홍보팀 간사

뉴미디어와 시민의 결합

구본권 : "촛불 시민혁명에서 문재인 정부의 탄생까지 시민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그 양상이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진단하고 뉴미디어 시대에 바람직한 시민의 정치참여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해 이번 좌담회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활발하게 자신들의 의지를 표현하고 관철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는데, 최근에는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민의 정치 참여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부터 얘기해주십시오."

민노씨 : "미디어 흐름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2000년 초반에 블로그의 등장에서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방송사와 신문사가 다중에게 전문적 지식을 전달했고, 기자가 아닌 사람이 자기 의견을 내려면 신문사에 기고를 해서 편집자에게 승낙 받는 절차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시대가 열리면서 직업 기자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학력·지역·성별·나이 등에 상관없이 콘텐츠 자체만으로 명망이나 신뢰를 얻게 된 거죠.

포털이나 팟캐스트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가장 지배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페이스북은 자신과 생각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 위주로 연결하기 때문에 '끼리끼리즘'을 강화하고 확증편향을 구조화하는 문제가 있죠. 블로그와 달리 개인의 스펙을 드러내는 구조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철환 : "SNS가 등장하기 전에는 확실히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슈를 주도했던 것 같아요.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이나 단체가 시민들에게 알리고, 의미를 해석해 주고, 참여를 독려하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진 것 같아요. 언론과 시민단체가 개입할 새도 없이 문제가 SNS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여론이 만들어지고 언론과 단체가 그것을 뒤따르는 형세잖아요. 가짜 뉴스 문제까지 생겨나고 있고, 가짜 뉴스인지 아닌지를 뒤늦게 확인해 보는 '팩트 체크' 같은 뉴스 코너도 생겨나고 있잖아요. 물론, 탄핵 정국 때처럼 기성 언론이 시민들이 요구하는 이슈를 잘만 다뤄주면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하죠." 

구본권 : "그렇지만 SNS 시대에 미디어 이용자가 전에 없는 힘과 영향력을 갖게 된 건 분명한데, 그것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겨레> 구본권 기자
ⓒ 참여사회
김남희 : "저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SNS를 사랑하는 유저인데요, 이전에는 블로그를 열심히 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페이스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이 누구와 친구를 맺을지 선택할 수 있어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에너지가 드는 블로그와 달리 콘텐츠 공유만으로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나와 친한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이나 가치가 다른 사람에 대한 배타성도 강한데 그건 여러 커뮤니티들이 가진 특성이기도 한 것 같아요."

김춘식 : "저는 한국 사회에서 페이스북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지 않아요. 아랍의 재스민 혁명처럼 미디어가 제 기능을 못하니까 대안으로 트위터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미디어가 기능을 하는 사회에서는 SNS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어요. SNS에서도 주로 기존 미디어가 생산한 뉴스가 유통·평가되거든요. 촛불정국에서 SNS가 폭발적 영향력을 발휘한 건 민간인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기존 미디어가 정보 욕구를 채워주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요즘 대부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데,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방식으로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보기 어려워요. 사람들은 불안하고 분노가 높아지면 정보를 찾아 나서는 경향이 강합니다. 정권의 무능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SNS를 활발히 이용하게 된 거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쫓겨날 위기니까 불안하고 두려운데 기존 미디어가 충분한 정보를 못 주니까 속한 집단의 카톡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를 많이 보는 거거든요.

2000년대 이후,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커뮤니티를 포함해 다른 사람 생각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정보가 공유되면서 수용자가 지식을 많이 갖추게 되니까 기존 미디어의 허점이 보이고 그들이 생산하는 뉴스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한경오 프레임'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진보매체가 대통령을 다루는 태도가 아니라 허점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주류 미디어가 독점했던 의제 설정 역할을 위협받는 수준이 됐고, 뉴스 생산 방식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온 거죠."

구본권 : "기성 미디어가 제 기능을 못한 측면도 있고, 국정농단 사건이 사람들을 적극 참여하게 만든 거군요. 한국 사회에서 일찍이 없던 적극적 미디어 시민이 등장하고 촛불혁명까지 왔는데, 그 힘을 앞으로 어떻게 더 잘 활용할 것인가를 시민들도 실험하는 단계인 거 같아요.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들면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팬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이른바 진보 언론들이 어떤 패착을 하고 한계를 보였나요?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서 최근 불거진 '진보언론 사태'와 관련해 기성 언론과 미디어 시민과의 충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기성 언론과 시민의 '충돌'

 민노씨
ⓒ 참여사회
민노씨 : "공적인 관심과 개인의 일상을 연결하는 것이 공론장인데, 기성 언론이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했는가라는 문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죠. 기성 언론은 일반 시민이 아닌 정치인들을 주체로 만들었어요. 반면에 '나꼼수'(김어준의 '나는꼼수다') 같은 팟캐스트는 뉴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호응을 얻은 거죠. 저는 뉴스의 질적 측면에서는 기성 언론이 나꼼수보다 낫다고 보지만, 나꼼수가 감성적인 면에서 기성 미디어에 승리했다고 생각해요. 뉴스의 질보다는 방법론의 문제인 거 같아요."

김춘식 :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종이 신문 보는 사람을 물어보니까 56명 중 2~3명이 손을 들더라고요. KBS나 MBC가 아무리 망가졌다고 해도 뉴스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나름 짐작하게 되는데, 지금 아이들처럼 포털을 통해 단편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환경에서는 우선순위 정리가 안 돼요. 포털 중심의 환경에서는 좋은 뉴스가 생산이 되더라도 노출될 기회가 없어요. 유통에 문제가 있는 거죠.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도 문제가 있어요. 대선 국면에서도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나라를 만들 건지 아젠다 세팅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했잖아요. 뉴스를 발굴하기보다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다루거나, 정치적 갈등 위주로 다루면서 갈등 당사자들이 한 말을 직접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취재 방식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힘들어요. 그나마 JTBC가 뉴스를 병렬적으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한 발 더 들어가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남희
ⓒ 참여사회
김남희 : "저도 거의 SNS로 뉴스를 봐요. 요즘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보다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뉴스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거 같아요. 진보언론이 시민들로부터 왜 비판을 받게 됐는지 생각해 보면 평범한 대중과 진보언론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인 거 같아요. 80년대 운동권 출신 기자 등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와 원하는 피드백 대신 자기들만의 리그에 있었기 때문 아닌가. 촛불혁명을 일으켜서 조기 대선까지 치르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뉴스와는 거리가 있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김춘식 : "언론이 시민보다 권력을 가진 취재원에 관심을 가지는 구조예요. 뉴스가 될 만하다는 기준이 시민과 언론이 다른데 언론이 일반 시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거죠. 기자들이 자기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서 신념 같은 게 있어서 기사를 쓸 때 개인의 생각을 녹여내는 경향이 강해요. 해당 언론의 뉴스 논조 때문에 '진보언론'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SNS에서 기자가 한 행위 때문인지 분리해서 봐야 해요."

김철환 : "사람들이 뉴스를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내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하느냐 안 하느냐'인 거 같아요. 그리고 뉴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지는 그전에 SNS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워낙 빠르게 확산되다 보니 언론의 해석을 접하기 전에 SNS에서 친구들의 평가를 먼저 접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이슈에 대한 태도에 나중에 나온 언론의 해석이 맞으면 좋은 뉴스가 되는 거죠.

그래서 언론은 이미 형성된 여론이 자사의 보도 방향과 맞지 않을 때 독자들의 입맛에 맞춰 줄 것인지, 여론과 충돌하더라도 할 말을 할지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기업 마케터분들께는 소비자의 정서를 살펴 맞추라고 말씀 드리지만 언론은 기업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언론이 여론을 두려워해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 안타까워요."

구본권 : "시민들은 SNS를 통해 공감하고 관심 있는 뉴스 위주로 이용하고, 기성 언론은 시민 여론을 읽지 못하고 기존에 하던 대로 뉴스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런데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공론장을 형성하는 미디어의 기능이 실현될 수 있을까요. 식견 있는 시민을 교육하기 위해 기성 언론이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를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민노씨 : "저는 언론이 여론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눈치라는 것이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태도의 차원, 대화의 파트너로서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과연 기성 언론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나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죠. 이번 대선에서도 공약과 관련된 기사의 부피가 작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독자들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활발히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죠. 시민들이 원하는 뉴스와 사회적으로 필요한 뉴스가 일치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독자가 원하는 뉴스와 독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뉴스를 얼마나 호소력 있게, 균형적으로 제공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춘식 :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이 통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시민들에게도 권력이 부여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이나 정치인이 시민에 의해 평가·견제 받는 상황에 왔어요. 국정농단과 탄핵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서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이제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좋은 뉴스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죠.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 계속 논의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 언론이 그런 역할을 못하니까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정보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거 같아요. 가짜 뉴스라는 말을 쓰지만 사실 기성 언론들도 취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에 가까운 정보를 주기도 하거든요. 익명 취재원, 단일 취재원을 통해 생산된 뉴스가 너무 많아요. 그런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잠시 회복된 언론의 신뢰가 다시 낮아질 수 있어요."

김남희 : "선택적, 공감적 뉴스 소비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정치적이라고 하잖아요. 국정농단도 학교 의사결정이 불공정하다고 문제제기 하면서 사회전반으로 확산된 부분이 있고, 선택적·공감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추세는 되돌리기 어려울 거 같은데 기존 언론이 이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거 같아요. 남성 커뮤니티에 여성혐오적 글이 올라오거나, 육아 커뮤니티에 속물적인 글들도 많이 올라오는데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회적으로 낙오된 것에 대한 분노, 육아나 가사를 독박 쓰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거든요. 이게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왜 이런 정서를 갖는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철환
ⓒ 참여사회
김춘식 :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택적이에요. 학부모는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은 맞아요. 근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하고 그걸 언론이 주목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죠. 진보-보수를 구분하는 패러다임으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없어요. 모든 이슈에 진보적인 사람은 없어요.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가치와 도덕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져야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 되거든요."

김철환 : "SNS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이슈를 자기 입맛에 맞게 전해주는 채널만 선택해서 구독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 때문에 SNS가 더 중요해질수록 백화점 같은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될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한경오' 등이 진보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보 진영 대부분에게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슈에 따라 독자층이 분화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서라도 모든 독자들을 어찌 어찌 보듬고 갈 건지 아니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충성 독자 중심으로 재편해 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모두를 위한 건 그 누구를 위한 것도 될 수 없다고 하잖아요. 결국엔 기성 주류 언론은 후자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 봐요."

성숙한 SNS 정치 문화를 위해

구본권 :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공론장의 기능을 과거에는 매스미디어가 담당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구조에 불만을 가지면서 새로운 채널이 생기는 초기단계인 거 같습니다. 이 현상에서 SNS가 가장 지배적인 미디어가 됐는데 동류집단 위주로 공감·강화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용자 주도성이 강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민주주의 질적 향상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색 중인 거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배타적이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민노씨 : "저는 페이스북의 지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집적 이익이 큰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저는 독자이자 생산자이지만 페이스북이 독자에게 얼마나 큰 선택권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착시효과가 크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이 선택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의지나 실존적 선택보다 우선한 환경이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어요. 기존의 저널리즘도 종속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거든요.

페이스북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감성에 호소하는 기사를 써야 하는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교차해서 팩트 확인을 하고 취재원을 다양하게 확보해서 만든 생산물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그런 콘텐츠는 돈이 안 되니까 재생산이 이뤄지기 힘들 거 같아요. 독자들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고사당하지 않을 환경을 페이스북 구조에서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김남희 : "SNS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긴 한데 SNS의 편향성은 정말 강한 거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과다 대표되는 경향도 있는 거 같고요. SNS 이용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일부에 불과한데 SNS상의 여론이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과다 대표되죠. 왜 사람들이 SNS에 집착을 할까 생각해보면 사회 공동체가 없는 것도 큰 이유인 거 같아요. 사람들이 외로워요.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이 별로 없어요. 공동체도 없고 바쁜데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SNS가 강조되는 거 같아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철환 : "언론이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이 여론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은 다른 경우를 보곤 했어요. 그들도 뭔가를 말하고 싶지만,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기 때문에 침묵했던 거겠죠.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이 이성적으로 맞긴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동조하기 어렵고, 그래서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들 있잖아요.

언론이 그 부분을 건드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여론처럼 보이는 게 진짜 여론인가를 살펴보고, 그렇지 않다면 침묵하는 다수가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알아보고, 뉴스 콘텐츠로 그들이 용기 있게 자기 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목소리 큰 사람보다 더 신뢰할 수 있고 권위도 있는 사람의 반론을 다뤄준다면 공유의 형태로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지 않을까요."

 김춘식
ⓒ 참여사회
김춘식 : "전체 국민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조사해보면 SNS를 이용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데, 언론이 일부 소란스럽거나 힘 있는 목소리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해요. 문제는 그런 목소리와 함께 다른 목소리도 다양하게 반영하려면 지금처럼 한두 명 취재원을 통해 취재하는 걸 넘어서야죠. 언론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죠.

한국 사회만큼 커뮤니티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 없는 거 같아요. 지금은 학교나 지역 같은 연고주의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관심사 중심으로 가면 그 안에서 다양한 논쟁이 되죠. 그걸 언론이 다뤄주면서 간접적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해요.

그러려면 언론을 시장에만 맡기면 안 되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나 시민들이 공적 지원을 해서 언론이 제대로 취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규제와 감시 평가 등 제도적인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되면 SNS 문화도 건강하게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본권 : "네, 여러 선생님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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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여사회'는 최근 정치적 변동에 따른 언론지형과 SNS를 포함한 미디어 환경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시민의 정치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건강한 정치참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글이 실린 <참여사회> 7~8월 합본호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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