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신임 검찰총장(56)이 28일 경찰청사를 전격 방문해 이철성 경찰청장(59)을 만났다. 전례없는 검찰총장의 경찰청장 방문을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탐색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를 방문해 이 청장과 10여분간 만난 뒤 돌아갔다. 경찰 측에서는 수사국장·경무인사기획관(치안감)·대변인(경무관)이 배석했고, 문 총장은 홀로 나왔다.
경찰청장이 검찰총장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이날 같은 반대 사례는 처음이다. 현행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다. 검찰총장은 장관급, 경찰청장은 차관급이다.
문 총장은 경찰청사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과 경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공동체를 수호하는 데 동반자이고 협업하는 관계”라며 “상견례 차원에서 방문했다”고 밝혔다. 또 “이렇게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 경찰청장으로 계셔서 참 다행”이라며 이 청장을 추켜세운 후 “법률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고, 검찰과 경찰은 국민을 위해 협업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상견례를 하면서 협업 문제에 관한 논의를 잠깐 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경찰청 방문 후 떠나는 문 총장의 차량 앞까지 나와 허리를 숙여 배웅했다. 이후 이 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을 위해서 검찰과 경찰이 잘 협업해서 하자는 덕담의 말씀을 해주셨고,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경찰청을 방문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만남은 전날 이 청장이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문 총장에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성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이 청장이 문 총장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문 총장이 어차피 기관 방문을 해야 하니 경찰청사를 들르겠다고 해서 만남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문 총장이 다양한 법집행기관이 있는데 제일 큰 조직이 경찰이기 때문에 경찰청을 꼭 방문하고 싶어 다른 일정보다 우선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검·경 두 수장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앞으로 갈등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문 총장에 임명장을 주면서 “합리적 조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수사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 달라”고 밝힌만큼 조만간 관련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해야 한다는 ‘수사와 기소 분리’는 경찰의 숙원이다. 반면 문 총장은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판사가 재판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소·수사 분리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향후 협의 과정에 수세에 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날 두 사람 사이에 수사권과 관련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늘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고, 처음 만난 자리여서 ‘서로 잘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화기애애하게 환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