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겨진 미군부대 터, 위례새도시 도로를 가로막았다

2017. 7.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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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 위례부지에 미 39특전대대 자리
시행사도 최근 확인..반환 완료시점 미지수
반환 전 핵심도로 개통 불가 '올해도 난망'
주민들 반발에 6억원 들여 임시 우회도로

[한겨레]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3공구에 위치한 미군부대 터를 지난 14일 서울주택도시공사 실무자가 가리키고 있다. 시설물 철거 중 환경협의 등 반환 절차를 끝내야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국방부 통보에 중단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주한미군 부대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대 터가 핵심도로 예정지에 자리한 까닭에 단지가 조성된들 환경협의 등 부지 반환 절차가 종료되기 전까진 도로 개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주민 불편이 커지고 사업비용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국방부 부지를 사용해온 미군부대가 위례지역에 존재해온 사실을 사업 시행사나 지역 국회의원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군의 비밀주의 탓에, 대규모 정부 사업인데도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위례지구 택지개발사업 3공구를 맡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 “위례신도시 입주민의 거여동 방향 교통 편의를 위해 추진 중인 ‘위례서로’ 도로공사와 관련해 구간 내 미군부지로 인해 공사 시행에 차질이 있다”는 내용의 내부보고 뒤 대책 마련 중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2013년부터 입주해온 이웃단지 주민들의 교통불편 민원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집중됐다. 그러나 올 12월로 늦춰 잡은 ‘위례서로’의 임시개통 목표도 이루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이다.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한겨레> 7월10일치 1면)에서 보았듯, 미군부지 환수 전 한-미 간 환경협의를 통한 위해성 평가, 정화작업 등을 거치는데 미군의 책임 회피로 협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국방부나 환경부·외교부의 무력·무능도 한몫해왔다. 실제 이 부대 터의 경우, 부대 이전 1년이 다 되도록 환경부·미군의 ‘현장방문’도 안 된 상태다.

결국 에스에이치공사는 지난해 12월 송파구 문정동 쪽으로 가로축의 임시도로를, 올해 6월 거여동 쪽으로 세로축 임시도로를 냈다. 6억원가량 들였다. ‘위례서로’가 뚫리면 뜯어내 원래 용도인 녹지 등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 주민들은 5~10분이면 닿을 거여동을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2008년 승인된 위례신도시 사업은 2017년 완료 예정이었다. 677만㎡(205만평) 부지를 주로 점유한 한국군 7개 부대(특전사·기무부대·체육부대·육군행정학교 등)의 이전과 맞물렸다. 하지만 서울 잠실·강남 쪽과 가장 가까운 3공구가 질척였다. 이 자리의 특전사령부 등 이전이 새 부지(경기도 이천) 쪽 민원으로 늦어진 탓이다.

2014년 예정된 특전사 공식 이전은 지난해 8월 이뤄진다. 에스에이치공사는 급해졌다. 사업이 지연된데다 당장 2016년 상반기부터 민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1·2공구(LH공사 시행) 쪽 2만6천가구 주민(2016년엔 1만9천가구)들을 서울과 수직 연결하는 도로가 없다. 2㎞짜리 위례서로의 개통이 시급히 요구됐다. 3공구 내 900m만 추가 개설하면 가능했다.

도로공사를 하려던 에스에이치공사 앞에 ‘느닷없이’ 등장한 게 미군부대다. “군부대 철거 및 토공사를 시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미군부지는 소파(SOFA) 규정에 따라 공여재산 반환 절차 완료 뒤 철거가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총 사업시행자인 엘에이치공사도, 우리도 미군부대 존재를 몰랐다.”(공사 관계자)

전시 한국 특수부대의 전략·전술 훈련 등을 돕는 미국군 제39특전대대였다. 국유지(7천㎡)를 사용하다 지난해 한국 특전사와 함께 이천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여태껏 ‘미군 없는 미군땅’으로 남겨둔 상태다.

3공구는 2019년 준공 예정이지만, 최악의 경우 미군부지의 환경오염이 확인되고 정화 책임 시비로 환경협의가 지연되면 ‘도로 없는 단지’로 태어날 수도 있다. 정화 문제로 강원 원주의 캠프롱은 기지 이전 뒤 7년째 미반환 중이고, 부산의 디아르엠오(DRMO)는 10여년이 지나 반환됐다.

국방부 쪽은 “특전사와 전시 연합작전을 하는 부대라 한국군 이전 여건과 일정에 맞춰 부대 이전이 이뤄졌다”며 “올 2월말 환경부에 반환을 위한 환경평가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미군으로부터 해당 부지의 환경기초정보(시설 현황)를 영문 서면으로 받아 검토 중”이라며 “환경협의 뒤 국방부·외교부 협상 단계도 있어 연내 부지가 반환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스텔스’ 미군부대가 국내에 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엘에이치공사는 위례 택지개발 초기 절차로 2009년 환경영향평가를 했으나 당시 미군부대 존재는 몰랐다고 한다. 조사에서 애초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또한 이와 관련해 보완 요청을 한 바 없이 ‘협의’를 완료했다. 환경부·엘에이치공사 쪽은 “위례 미군부대 내 유류시설이 2개 있지만 저장용량이 작아 보인다. 2만리터 이상만 특정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로서 조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구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국책사업이고 교통 문제가 심각한데, 송파에 미군부대가 있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미군부대’에 속수무책인 현실이 또 한번 드러나는 셈이다.

임인택 조일준 임지선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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