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 예술 지원에 권력 개입 여기서 끝나야
서울중앙지법은 27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7명 중 6명이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을 배제한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책적 판단'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김 전 실장 측은 "그동안 좌파·진보 세력에 편향된 정부 지원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러려면 정책을 투명하게 추진해야 했는데 은밀하고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회·예술 단체에 대한 국가 지원 문제가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이번 판결은 그에 대한 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일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역사에 남을 보석을 골라 꽃피우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려면 공정해야 한다. 법원은 정책적으로 지원에 차등을 두려면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집행 절차도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예술보다 이념을 앞세우고 예술을 정치적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여기는 활동에 무작정 국민 세금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예술 지원에 대한 정치 개입은 늘 논란이 돼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좌파 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이 급증했다. 그때는 리스트가 적발되지 않았고 특정 성향에 더 주라고 간섭했다면, 이번은 리스트가 드러났고 특정 성향 예술인을 배제하라고 했다는 게 다르다. 본질은 비슷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술에 대한 정치권력 개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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