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맥주·공덕막걸리.. 동네名 술이 뜬다
해운대·강서맥주 등 큰 인기, 막걸리는 동네별로 세분화
"상당수 생산지와 무관한 지명.. 소비자들 혼란 일으킬 수도"
최근 홈플러스 주류팀은 이달 맥주 판매량을 집계하다 깜짝 놀랐다. 한동안 절반에 미치지 못하던 국산 맥주 판매 비중이 전체의 55%로 수입 맥주를 재역전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 국산 맥주 판매 증가를 이끈 건 해운대·강서·달서맥주 등 지역명을 딴 국산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였다. 이달 '강서맥주' 판매량은 전 달과 비교해 20%, '달서맥주'는 27% 늘었다. 홈플러스는 소규모 맥줏집에서 판매하던 이 제품들을 지난해 10월부터 마트 매대에 올렸고, 이 전략이 적중하며 이달 수입 맥주를 포함한 전체 병맥주 판매에서도 강서맥주가 1위, 달서맥주는 5위를 차지했다. 홈플러스가 지역명 맥주를 들여 판매량을 끌어올리자 이마트도 29일부터 지역명 맥주 '강남맥주'를 판매하기로 했다.
◇지역명 내세워 호기심 자극…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최근 중소 크래프트 맥주 업체를 중심으로 지역명을 딴 맥주 바람이 불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판매되는 대형 주류사의 획일화된 제품과 달리 지역명 맥주는 소비자들에게 '지역에서 소량 생산되는 고급 제품'이란 느낌을 주고, 호기심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 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한국에 출시하는 제품 이름도 '제주맥주'다. 제주도의 '맑은 물'로 만든 맥주라는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런 지역명 맥주는 지역민들에게 향토애(鄕土愛)를 자극, 해당 지역 판매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지난달 홈플러스 지역명 맥주 매출을 살펴보면 부산 해운대구 매장에서 판매된 해운대맥주 판매량은 전국 매장 평균의 7.7배에 이른다. 서울 강서구 매장에서도 강서맥주의 판매는 전국 평균의 3.2배였다. 이달 중순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간 김선형(35)씨는 현지 대형 마트에서 해운대맥주를 구매해 마셨다. 김씨는 "해외여행을 가서 현지 맥주를 마시듯 해운대에 와서는 해운대맥주를 마시는 게 운치 있을 것 같았다"며 "천편일률적인 맥주보다 지역 분위기나 음식과 잘 맞는 느낌"이라고 했다.
맥주뿐이 아니다. 배상면주가는 지난 5월 '공덕동막걸리' '신림동막걸리' '탄금대막걸리' 등 동네 이름을 딴 막걸리를 선보였다. 막걸리의 경우 포천(경기도)막걸리처럼 지역명을 쓰는 제품이 있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지역 막걸리를 '동네 막걸리'로 더욱 세분화한 것"이라며 "지역의 운영자가 자기 동네 이름을 걸고 직접 생산·판매하는 방식이라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들보다 더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충청도에서 만드는 해운대맥주? "소비자 혼란 일으킨다" 지적도
본래 유럽·북미 등에서는 주류 제품명에 생산지 지명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의 유명 맥주 에르딩어(Erdinger), 바슈타이너(Warsteiner), 바이엔슈테파너(Weihenstephaner) 등은 모두 생산지 지명이기도 하다. 이정창 건국대 교수는 "각 지역에 따라 홉의 맛이나 쓰는 물이 달라 맥주 맛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이 때문에 지명을 쓰거나 지역 유명 성인(聖人) 이름을 제품명으로 쓴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국내 지역명 맥주 상당수는 생산지와 무관한 지명을 제품명에 쓰고 있다. 해운대맥주는 충북 음성 공장에서, 강서·달서맥주는 강원도 횡성에서 생산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운대맥주는 국내 대표 해수욕장 이름을 따 시원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강서맥주는 제조 업체의 본사가 서울 강서구에 있어서" 해당 지명을 썼다고 했다. 달서맥주는 달서구 두류공원의 노을빛이 맥주 빛깔과 비슷해서라고 한다. 이마트에서 판매될 예정인 강남맥주는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지역명 맥주를 마시며 '해당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소비자들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제품 이름이 아니라 기존 맥주와 차별화된 특성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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