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에너지 '핵융합'.. 실용화 기술 누가 먼저 웃나

2017. 7.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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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막' vs '스텔러레이터' 경쟁 치열

[동아일보]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학연구소 연구진이 핵융합실험로 ‘벤델슈타인7-X(W7-X)’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W7-X는 1950년대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스텔러레이터’란 방식의 실험시설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막스플랑크 제공
2015년 10월 완성된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학연구소의 핵융합실험로 벤델슈타인7-X(W7-X). W7-X는 1950년대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의 실험시설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핵융합은 미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지만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많은 나라가 상대적으로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토카막(Tokamak)’ 방식을 연구해 왔다. 핵융합 연구자들 사이에선 “두 방식의 장점을 두루 취한다면 실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대세는 ‘토카막’… 각국서 앞다퉈 연구

핵융합은 원자력발전 효율의 4배가 넘고 리튬과 바닷속 중수소를 원료로 쓸 수 있어 매장량이 풍부하다. 원자력발전과 달리 사고가 나면 작동이 멈춰버리기 때문에 폭발의 우려도 없다. 문제는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핵융합발전은 수소원자를 강제로 융합시켜 헬륨으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섭씨 1억 도 이상의 초고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토카막은 이 진공용기를 도넛 형태로 만들고,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 불꽃의 형태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세계 핵융합 연구계의 대세는 단연 토카막이다.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연구는 우리도 세계적인 선두 그룹에 속한다. 2007년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핵융합연) 내에 ‘한국형 핵융합실험로(KSTAR)’를 완공하고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세계 7개국(한국,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이 공동으로 프랑스에 건설 중인 초대형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ITER 건설 총괄 사무차장은 이경수 전 핵융합연 소장이 맡고 있다. ITER의 크기는 KSTAR의 25배 이상이다.

현재 세계 연구진들은 이 토카막 실험장치를 통해 어떻게든 300초 운전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300초 동안 핵융합 상태를 유지하면 실용화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기술적 난제를 대부분 점검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장 운전시간은 중국 연구진이 달성한 101초. 300초 운전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걸로 보고 있다. ITER 완공과 실험 기간을 포함하면 30년 이상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장시간 운전 숙제 푼 ‘스텔러레이터’ 주목

스텔러레이터 방식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와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토카막과 원리 면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진공용기 형태가 꽈배기처럼 꼬여 있고, 그 위쪽으로 특수 코일을 칭칭 감아 설치하기 때문에 상세 구조에선 적잖은 차이가 난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복잡하게 얽힌 자기코일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므로 기술적 구현에 한계가 있어 과거에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전한 컴퓨터 기술과 정밀공학 덕분에 스텔러레이터 방식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스텔러레이터 방식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일본과 독일이다. W7-X와 함께 1998년 건설된 일본의 대형나선장치(LHD)는 대표적인 스텔러레이터 방식 핵융합실험로로 꼽힌다. 토카막 방식에서 최대 운전시간은 100초 남짓이지만 LHD는 최대 운전시간이 1시간에 달한다.

운전시간이 짧긴 하지만 W7-X는 완공 직후 6초간 운전에 성공했다. KSTAR는 5.2초 운전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완공 9년이 지난 2016년 말 현재는 70초 운전에 성공했다.

성능 면에서는 토카막이 우위에 있다. 스텔러레이터 방식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이를 장시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최대 온도나 플라스마의 밀도 면에서 실용화에 필요한 충분한 성능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토카막 연구자들은 운전시간을, 스텔러레이터 연구자들은 핵융합 반응 성능을 높이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진일 KSTAR 연구센터 연구원은 “두 방식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장단점도 명확하다”며 “양측이 연구 성과를 서로 참조하며 경쟁적으로 발전해 나가면 빠른 실용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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