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식어버린 취업동아리 열기.. 이젠 선물 줘가며 신입회원 모집

양승주 기자 2017. 7.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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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街 '혼자 공부족' 늘며 모집난
동아리 소멸 위기에 유치 안간힘.. 졸업생에 기부금 받아 선물비로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전략학회는 지난 3월 신입 회원을 모집하면서 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들에게 3만원 상당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공짜로 나눠줬다. 커피도 무제한 제공했다. 학회 측이 5일간 신입 회원 모집에 들인 비용만 약 200만원. 절반은 학회 회비로, 절반은 학회 출신 졸업생들이 기부한 돈으로 충당했다. 학회장 A(24)씨는 "갈수록 취업동아리에 관심 갖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며 "비싼 사은품이라도 줘서 신입 회원들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요즘 대학 내 '취업동아리'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동아리(학회)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학생들이 수백만원씩 쓰며 신입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무료 음식이나 학회 이름이 적힌 기념품을 나눠주는 등 홍보비로 돈을 쓰는 것이다.

취업동아리 회원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각종 공모전에 참가하거나, 입사 멘토링을 하는 등의 활동을 주로 한다. 3년 전만 해도 '취업률이 높다'고 소문난 유명 동아리에 들어가려면 서류전형, 면접을 거쳐야 할 만큼 경쟁률이 높았다. 그러나 요즘은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 등을 강조하면서 천편일률적인 '스펙'을 식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취업 동아리 활동이나 공모전 수상을 이력으로 적어내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특별한 스펙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취업 동아리에 속하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혼공족(族)'이 더 늘어난 것이다.

취업 동아리에서 인맥을 쌓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도 있다. 취업준비생 이희용(26)씨는 "동아리에 들어가면 불필요한 모임도 해야 하고, 입사 과정에서 합격·불합격 여부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꺼려진다"며 "취업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혼자 공부하다가 면접 때가 되면 단기로 스터디를 꾸려 준비하는 게 좋다"고 했다.

동아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졸업생들까지 나서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마케팅 학회 졸업생들은 최근 후배들이 보낸 '신입회원 모집 계획서'를 받아보고 수백만원 지원금을 모아줬다. 이 학회 회원 수는 많을 때는 10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40여명으로 줄었다. 이 학회 출신인 회사원 박모(28)씨는 "사회에 나오면 같은 학회 출신이라는 게 의지가 많이 된다"며 "동아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도움을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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