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 죄는데, 시진핑과 회담 불투명 .. 샌드위치 한국

박유미 입력 2017. 7. 28. 01:34 수정 2017. 7. 2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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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겨눈 세컨더리 보이콧
한국 어느 정도 동참할지 부담
수교 25년, 대중관계 개선 기회인데
사드 틈새 메울 마땅한 카드 없어
북한마저 대화제의 외면해 더 고민
트럼프(左), 시진핑(右)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주변 4국(미·중·일·러)과의 당당한 협력외교’가 출발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당당한 협력외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강조한 국정전략의 한 축이다. 하지만 미국과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이견을 보이는 등 관계가 편치 않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이슈가 걸린 중국도 마찬가지다. 거기다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받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오직 ‘마이웨이’ 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기자와 만나서도 “당당한 협력외교의 방점은 ‘협력’이 아니라 ‘당당한’에 찍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당한 외교’를 펼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미국은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과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대중국, 대북한에 대한 압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원유 금수부터 온라인 돈벌이까지 대북제재를 총망라한 법안을 419대 3이라는 압도적인 다수로 통과시켰다. 상원도 26일 이번 주 내 조속한 법안 처리 방침을 확정했다. 앞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25일 “중국의 기업과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가 30일 안에 시행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다. 조만간(fairly soon) 뭔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처럼 기존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에서 ‘관여’가 빠진 ‘최대의 압박’으로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함에 따라 ‘제재와 대화 병행’ 원칙을 강조해온 한국의 입지는 대폭 줄어들었다. 당장 미국은 조만간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도 제재)를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후 한국의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전면 동참, 일부 동참, 동참 반대 등 시나리오별 검토에 착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측과 구체적인 협의는 하지 않고 있지만 ‘제재와 대화 병행’ 원칙에 따라 (참여 여부와 동참 정도는) 당연히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8월 24일 양국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미온적으로 응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한·중 관계에 밝은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당장 사드와 관련해 중국이 원하는 카드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에 따라선 한·일 관계가 경색됐던 2015년 한·일 수교 50주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현지 대사관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했던 수준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27일)을 계기로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한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회담을 열자는 제안을 외면했다.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반대 입장 속에 추진했던 남북 군사회담의 불발에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초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중국과 미국이 서로 우리를 더 가깝게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 하는데 이때 밀고 밀리면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엔 현 상황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북핵 대응을 위해 국제적인 연합 전선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화를 다소 서두른 측면이 있었다”며 “‘당당한 외교’는 우리에게 상대국을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많을 때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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