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한여름의 겨울, 10만 년 전 빙하기에 착륙했다

양보라 2017. 7. 2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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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콘주 빙하 투어
비행기 타고 태곳적 절경 속으로
빙하 한가운데 내리니 짜릿, 오싹
대낮처럼 환한 밤, 카약·낚시 즐겨
세상에서 가장 큰 유네스코 세계유산 ‘클루아니국립공원’. 화이트초콜릿을 발라놓은 것 같은 5000m급 고봉이 줄지어 있다. 캐나다 유콘은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빙하지대를 품고 있는 땅이다.
캐나다 유콘(Yukon)주로 떠나는 여행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이다. 고대 유적이 즐비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곳에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 가장 큰 빙하지대가 있다. 이 빙하에 올라서면 10만 년 전 지구의 모습이 이러했으려니 짐작이 간다. 7월 초 빙하기적 원시 풍경을 담고 있는 유콘으로 갔다.

캐나다 유콘은 한여름에도 겨울을 만날 수 있는 극지방이다. 서쪽으로는 미국 알래스카주, 남쪽으로는 밴쿠버가 속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이웃하고 있다. 지리학상으로 북위 66도 이상을 ‘북극권’으로 보는데, 유콘은 북위 60~69도에 걸쳐 있다.

북위 60~69도, 백야의 나라

경비행기를 타고 빙하기를 방불케 하는 유콘의 풍경 한가운데에 착륙했다.
밴쿠버에서 2시간30분간 국내선을 타고 유콘 주도 화이트호스(Whitehorse)에 내리자마자 점퍼 생각이 간절했다. 10도 안팎이었는데도 추웠다. 그런데 정작 마중 나온 유콘관광청 직원 스테펀 레이놀즈는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오늘은 정말 따뜻하지? 겨울에는 영하 30~40도가 예삿일인데 말이야.”

한국(남한)의 5배쯤 넓은 유콘 땅에 살고 있는 인구는 고작 3만7000명. 그중 2만7000명이 화이트호스에 산단다.

4층 호텔이 최고층일 정도로 이곳 건물들은 하나같이 나즈막하다. 색감은 화려하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폭설 때 건물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우중충한 날씨로 사람들이 우울해지는 걸 막기 위한 것이다. 시내에 도착한 오후 11시. 그런데 대낮처럼 환했다. 백야 시즌인 7월 유콘의 낮은 하루 20시간 정도다. 밤에도 초저녁같이 어슴푸레해질 뿐이다. 자정 가까운 시간, 도심을 가로지르는 유콘강에 카약과 낚시를 즐기고 있는 무리를 봤다. 영락없는 한낮 풍경이었다.

이튿날 화이트호스에서 서쪽으로 150㎞ 떨어진 헤인스정션(Haines Junction)으로 향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고속도로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탔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2년 미국이 일본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면서 개통한 알래스카하이웨이는 미국 알래스카주와 캐나다 유콘·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관통하는 장장 2700㎞의 도로다. 전쟁을 위해 건설한 도로는 지금은 마음의 평안을 좇는 사람들을 위한 관광코스가 됐다.

헤인스정션은 여름철 유콘 관광객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인데, 이곳을 통해 클루아니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 and Reserve)으로 진입할 수 있다. 클루아니 국립공원은 유콘·브리티시컬럼비아·알래스카 3개 주에 걸쳐 있는 2만2000㎢ 면적의 거대한 자연보호구역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경기도보다 더 큰 땅이 국립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클루아니국립공원 빙하기로 타임슬립

상공에서 바라본 빙하의 블루홀(blue hole).
클루아니국립공원의 정수를 만끽할 만한 여행법은 비행기 투어다. 호수와 숲과 빙하지대 등 다양한 자연 경관을 품고 있는 국립공원을 빠르게 관통하며 들여다보는 일종의 여행 ‘축지법’이라 하겠다.

73년부터 경비행기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를 찾아갔다. 진짜 비행기일까 싶을 정도로 장난감같이 앙증맞았다. 파일럿 톰 브래들리는 “이래 봬도 5명까지 너끈히 탈 수 있다”며 “미군이 베트남전을 치를 때 정글 위를 조용하게 날며 적을 찾기 위해 개발한 헬리오 커리어(Helio Courier) 기종인데 우리 회사가 수입해 바퀴 옆에 스키를 달았다”고 말했다.

빙하 녹은 물이 흘러들어 오는 유콘 최대 호수인 클루아니 호수.
파일럿까지 4명을 태운 비행기는 순식간에 백두산(2744m) 높이까지 고도를 높였다. 긴장했지만 걱정도 잠시. 상공에서 바라보는 창밖 경관에 마음을 홀라당 빼앗겼다. 전나무가 빽빽한 숲을 지나 5분쯤 비행하니 수목이 살 수 없는 툰드라 지대로 들어섰다. 화이트초콜릿을 발라놓은 듯 눈 덮인 고봉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고봉 밑에는 어김없이 빙하지대가 펼쳐졌다. 얼음이 하늘로 솟구쳐 있기도 했고, 산사태가 난 듯 봉우리에서 쏟아지는 모양의 빙하도 있었다. 군데군데 눈더미가 벗겨져 빙하의 본래 색감인 푸른색이 드러나는 블루홀(blue hole)도 보였다.

30분을 비행한 끝에 비행장에서 80㎞ 떨어진 널찍한 빙하 한가운데에 착륙했다. 헬리오 커리어의 스키 다리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장착한 것이다. 생명체의 흔적이라고는 없는 세상, 10만 년 전 빙하기로 되돌아간 듯한 풍경이었다.

■◆여행 정보 「7~8월 화이트호스의 낮 기온은 15도 정도. 비 오는 날이 많아 바람막이와 방수 옷은 필수다. 특히 클루아니국립공원 빙하 투어 때는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여행사 아이스필드 디스커버리(icefielddiscovery.com)가 유일하게 빙하 ‘착륙’ 서비스를 운영한다. 1인 250캐나다달러(약 22만5000원). 캐나다는 2017년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해 전국 국립공원을 무료로 개방한다. 캐나다국립공원 홈페이지(pc.gc.ca)를 통해 무료입장권인 ‘디스커버리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 참조(kr-keepexploring.canada.travel). 」

유콘(캐나다)=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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