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기업인 간담회 첫날]한화엔 "태양광" 포스코 "철강 수출"..문 대통령 '맞춤 질문'

김지환 기자 2017. 7. 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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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0분 호프 미팅 후 시나리오 없이 2시간10분 비공개 대화
ㆍ현대차 등 ‘사드 보복’ 대책 호소에 “아직 완화 기미 없네요”

오뚜기 ‘활짝’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 앞서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가진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건배를 하며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20분간 진행된 사전 호프 미팅, 2시간10분간 진행된 비공개 대화 등 2시간30분가량 이어지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호프 미팅 때 각 기업인들에게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한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주도했다. 비공개 대화에선 기업인들은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과 관련된 ‘선물’을 내놓으면서도 규제완화 등 민원 사항을 건의하기도 했다.

■ 기업인별 맞춤형 질문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간담회에 앞서 열린 ‘호프 미팅’ 인사말에서 “과거에 보면 한번에 많은 분들과 간담회를 하다 보니깐 만남 자체가 좀 일방적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인들 말씀을 충분히 듣고 싶어서 각본, 정해진 주제, 시간제한, 자료가 없는 만남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틀에 나눠 열리는 기업인 간담회 첫째 날인 이날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 뒤 참석자들에게 맞춤형 소재를 꺼내놓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우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는 “지난주에 손자 보셨다고 들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지난 올림픽 때는 전 종목 금메달이었다. 다음 올림픽 때도 자신 있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박정원 두산 회장에겐 “야구 선수를 하셨다고 하더라”고 말을 건네자 박 회장은 “그건 아니고 동호회에서 좀 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금춘수 한화 부회장에게는 “한국의 태양광 여건이 어떠냐”고 물었다. 손경식 CJ 회장에겐 “가장 어른”이라며 예의를 갖췄고, 구본준 LG 부회장에겐 “피자 CEO라는 별명이 있지 않냐”고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의 대화에선 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화제로 올렸다.

■ 사드 보복 호소한 재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도 주요 대화 주제였다. 사드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한 현대차, 호텔·면세점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 전기차 배터리를 파는 LG 등과의 대화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며 “기회를 살려서 다시 기술을 개발해 도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저희가 호텔(사업)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고 면세점도 중국인들 단체가 완전히 죽었다”고 말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우리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중국이 아예 일본 업체는 되고 한국 업체는 안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다”며 “중국 차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못 판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어려움을 들은 뒤 “그것(사드 보복)은 뭐 하여튼 아직은 완화되는 기미가 없다”면서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주목받은 오뚜기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중견기업 중 유일한 초청 대상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며 친근감을 표했다. ‘갓뚜기’란 ‘신’을 뜻하는 ‘갓’(God)에 오뚜기의 ‘뚜기’를 합친 말로, 소비자들이 붙인 별칭이다. 이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함 회장님, 대통령 옆으로 가시죠”라고 하자, 함 회장은 문 대통령 옆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칭찬했다.

■ ‘격식 파괴’ 간담회

호프 미팅엔 중소기업에서 생산하고 사업화한 첫 수제맥주(세븐브로이)가 준비됐다. ‘방랑식객’이라고 불리는 임지호 셰프가 만든 안주도 테이블에 올랐다. 무를 이용한 카나페,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 요리,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 등이 제공됐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 정책실장이 맥주를 따르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배달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를 선창했고 기업인들은 “위하여”를 외친 뒤 상춘재 안으로 들어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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