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CEO별명 부르고 손주챙기고..'화기애애' 호프미팅(종합)

서미선 기자 2017. 7. 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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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오뚜기에 "갓뚜기"..장하성 "오늘저녁 오뚜기라면이냐"
요리 '방랑식객' 임지호..탁현민 역할한듯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직접 맥주를 따르고 있다.(청와대) 2017.7.27/뉴스1 © News1 이광호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기업인 8명과 회동해 별명을 부르고, 최근 손주를 봤다는 등 근황을 챙기며 '스탠딩 호프타임'에서 직접 분위기를 돋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부터 20여분 상춘재 앞뜰에서 기업인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노타이 차림으로 먼저 도착했다.

맥주는 소상공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가 제조한 맥주가 디스펜서에 담겨 준비됐다. 시간에 맞춰 온 문 대통령은 박용만 회장 등과 인사를 나누고 맥주 디스펜서에서 직접 잔을 채웠다. 첫 건배사는 '건강하십시오'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각 기업인에게 맞춤형 안부를 물어 눈길을 끌었다.

박용만 회장에게 "지난주에 손자 봤다고 들었다. 손자 손녀가 아들딸과는 또 다르죠"라고 알은체를 했다.

정몽구 회장 대신 참석한 정의선 부회장에겐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것 같은데 어떻느냐"고 현안을 챙겼다.

'야구광' 박정원 회장에겐 "저도 동네 야구는 좀 했다. 두산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떠냐"고 물었다.

별명이 '피자 CEO'인 구본준 부회장에겐 "직원 단합시키고 사기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우리도 피자 한번 돌리죠"라고 말했다.

담소 중 전기차 이야기가 나오자 정용진 부회장에겐 "테슬라(전기차) 1호 고객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얼리어답터인 정 부회장이 국내 테슬라 정식수입 전인 2013년 스포츠카형 전기차 모델S를 구입한 것을 말한 것이다.

최고령자인 손경식 회장에겐 "경제계 인사 중에서도 가장 어른인데 맏형 역할 잘해주시리라 믿는다"고 건강을 챙겼다.

권오중 회장에겐 미국정부의 발표가 임박한 '수입산 철강의 안보영향 조사'로 타격 가능성이 있는 것과 관련해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텐데 잘되고 있나 모르겠다"고 짚었다.

이에 권 회장이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다소 판에 박힌 대답을 해 임 실장이 "들을수록 믿음이 안 간다"고 지적하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주목받은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에겐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띄웠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에 함 회장을 대통령 옆에 세웠다.

함 회장이 "부담스럽다. 감사하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기업도 국민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니 앞으로 잘 발전할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렇게 준비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준비했단 소리는 못 들었는데 일일이 하나씩 물어보는 것을 보니 뭔가 준비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노타이 비즈니스 캐주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재킷을 벗자 다른 참석자들도 함께했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는 해독작용을 하는 무를 이용한 카나페,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요리, 시금치와 치즈를 조화시킨 안주 등을 통해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요리는 녹지원 언덕에서 꺾은 나뭇가지 위에 놓여 제공됐다.

이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기획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탁 행정관은 현장에서 행사가 잘 진행되는지도 챙겨봤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청와대) 2017.7.27/뉴스1 © News1 이광호

상춘재 안으로 들어가기 전 문 대통령은 마지막 건배사로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했고, 참석자들은 '위하여'를 따라 외쳤다.

실내에선 타원형 모양의 라운드테이블 가운데에 문 대통령이, 맞은편에 손경식 회장, 대통령 우측에 박용만 회장, 좌측에 정의선 부회장이 앉았다. 함영준 회장은 박 회장 옆자리였다. 정 부회장 옆엔 구본준 부회장이 앉았다.

손 회장 좌측엔 박정원 회장, 금춘수 부회장, 권오준 회장이 앉았고 우측엔 정용진 부회장이 착석했다. 테이블 양편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정부 측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스탠딩 호프타임과 달리 실내 간담회는 사전 자리 배치가 돼 있었다고 한다.

'재담꾼' 장하성 실장은 이 자리에서도 "오늘 저녁은 오뚜기 라면입니까"라고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임지호 셰프의 미역해물비빔밥(청와대 제공). © News1

참석자들은 과일과 맥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간담회 말미 미역과 산낙지, 조개 등이 들어간 미역해물비빔밥으로 식사를 했다. 이 역시 임 셰프가 준비했다.

기업인을 대표해 마무리발언을 한 손경식 회장은 "오늘 너무 만족스럽다.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는 소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 대신 "혹시 다 말하지 못한 것 있나. 앞으로도 만나겠지만 혹시 못한 말이 있으면 추가로 해도 된다"고 했지만 더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고 자리를 끝마쳤다. 간담회 중엔 문 대통령 이야기 도중 끼어들어 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초 이날 회동은 75분으로 계획됐지만 남북관계에 안보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자유로운 논의가 오가며 2시간35분여로 시간이 초과됐단 게 청와대 설명이다.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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