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위기를 최저임금 이유로 호도

강현석 기자 입력 2017. 7. 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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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형 방직업체들 공장 폐쇄·해외 이전’ 보도 알고 보니…
ㆍ전방 노사 모두 “금시초문”
ㆍ경방도 “수년 전부터 계획”

“최저임금이 올라 국내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대형 방직업체 경영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전국섬유·유통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전방(주)은 지난 14일 노조와 국내 6개 공장 중 경기 시흥에 있는 염색 공장을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노사는 이 공장을 폐쇄해 시설과 인력을 전남 영암에 있는 공장으로 옮기고 53명은 구조조정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전방은 2014년 2268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해 1861억원으로 크게 줄어드는 등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2014년 227억원, 2015년 233억원, 지난해에도 160억원의 적자를 본 탓에 지난 4월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86억원에 부동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전방이 전국에 보유한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회사와 노조 측은 “공장 3곳을 폐쇄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다만 공장 한 곳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있기 오래전부터 폐쇄가 논의됐던 곳”이라고 밝혔다.

(주)경방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게 베트남 이전이 수년 전부터 진행됐다. 노조에 따르면 2008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경방은 현재 3공장까지 만들었다. 경방은 광주에 있던 5만추의 생산설비 중 2만5000추를 이미 베트남으로 옮겼고 추가 이전 계획도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방직업계 위기는 오히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이 값싼 임금을 앞세워 방직 설비를 크게 늘리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 방직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1억2000만추로 설비를 늘렸고 동남아 국가들도 1억추의 생산설비가 있지만 한국은 110만추에 불과하다”면서 “방직은 노동집약 산업이어서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국가들과의 경쟁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대중 전국섬유·유통노조 국장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방직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전방과 경방 경영진이 일부러 상황을 과장해 영세한 섬유업체들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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