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폐지 열 올린 공화당 없애지도 못하고, 수정도 못하고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7. 7. 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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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안도 없이 강행…폐지 법안·수정안 모두 부결 ‘망신’

미국 공화당이 7년에 걸쳐 반대해 온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ACA)’ 폐지를 통과시키기 위해 상원에서 몸부림치고 있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오바마케어를 대체하기 위한 ‘트럼프케어’ 입법은 물론 대안 없이 오바마케어만 먼저 폐지하는 데도 실패했다. 현재로선 오바마케어의 극히 일부만 손보는 ‘말라깽이 법안(skinny bill)’이라도 통과시켜 동력을 살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거센 반발을 무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당 지도부가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나선 데 따른 예견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행정명령 1호로 오바마케어 무력화를 선언했다. 이후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5월 초 오바마케어 폐지법안을 가결시켰다. 바통을 넘겨받은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100석 중 52석이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쉽게 성공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민주당은 48명 전원이 건강보험 지키기에 나섰고, 공화당마저 내부에서 분열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25일(현지시간) 천신만고 끝에 오바마케어 폐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뇌종양을 선고받은 존 매케인 의원까지 병원에서 워싱턴으로 날아온 끝에 건강보험 법안에 대한 토론을 개시하자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의회 밖에서는 “우리를 죽이지 말고 법안을 죽이라”는 푯말을 든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폐지를 위한 동력은 살렸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이어진 토론과 표결에서 공화당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공화당은 당일 지도부와 테드 크루즈 의원이 함께 만든 오바마케어 대안인 ‘더 나은 보험 조정법(BCRA)’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3 대 반대 57로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도 9명이나 반기를 들었다.

26일 공화당은 대체 입법 없이 오바마케어만 폐지하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다시 찬성 45, 반대 55로 실패했다. 이번에도 다수의 중도파 의원들이 대안 없는 폐지에 반발하며 공화당에서 반대가 7표나 나왔다. 매케인도 반대표를 던졌다.

준비한 법안들이 모두 폐기되자 공화당은 수렁에 빠졌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오찬모임을 갖고 오바마케어의 일부만 수정하는 말라깽이 법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개인과 기업의 건강보험 의무가입 조항과 의료도구 과세 조항만 제거하고 메디케이드 지원 등은 존속시켜 당내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다. 일단 이 법안이라도 상원을 통과하면 향후 하원과 논의해 또 다른 수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법안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의무가입 조항을 없애면 보험료 인상과 가입자 축소가 불가피하다. CBO는 이 법안으로 10년 내에 1600만명이 보험을 잃게 되고, 보험료는 약 20% 오를 거라고 예측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지도부는 부분 폐지 대안에 대해서도 가결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오바마케어 폐지의 동력을 살릴 수 있을지는 27~28일 판가름 난다. 남은 방안은 27일 토론 시간에 최종 카드를 상정해 승부를 보거나, 어떻게든 당내 반대파를 설득해 무제한 상정 수정안의 마지막에 부분 폐지 법안을 올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공화당은 이제 오바마케어 폐지의 명분도 전략도 상실했다. 내용이 뭐가 됐든 50표만 넘길 수 있는 수정안을 찾아 헤매는 망신스러운 처지가 됐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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